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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르포 - 혼란 속의 이라크 明暗

 

한낮에도 간간이 총성이 울리는 바그다드의 최대 고민은 치안 불안이다. 현재 7천여명의 경찰이 공공 건물 주변과 간선 도로에 배치돼 기초 치안임무를 맡고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관공서는 물론 민간업체와 호텔, 외국인 출입지역 등에는 어김없이 무장한 경찰과 민간 경호요원이 배치돼 출입자들을 검색한다.

 

◆ 치안이 가장 큰 문제 = 관청가인 만수르 지역은 대낮에도 미군과 이라크 경찰의 경계가 삼엄하다. 27일 피격된 알-라시드 호텔의 경우, 200여m 전방에서 차량과 외부인의 출입이 완전 통제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외국 귀빈들과 고위 인사들이 주로 이용했던 라시드 호텔은 지금 미 군정(CPA) 직원들의 주 숙소로 쓰이고 있다.

 

저녁에 호텔 밖으로 외출하는 외국인 투숙객들이 총기를 소지한 경호인력을 동원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호텔 택시 운전사 아부 압달라(34)는 오후 4시가 지나면 손님이 급격히 줄어든다며 수입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밤 늦도록 시내를 활주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미 군정은 밤 11시부터 새벽 4시반까지 야간 통금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 점령군의 리카르도 산체스 사령관은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10월 1일부터 통금시간 단축을 약속했다고 아랍어 신문 알-사바흐가 28일 보도했다.

 

바그다드에서 만난 정치인과 언론인, 상인과 택시 운전사 등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민생치안이 하루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군정은 공공치안 임무를 띤 경찰력을 현재의 7천명 수준에서 연말까지 3만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시민들도 전쟁 직후인 2개월 전에 비하면 하루가 다르게 치안이 회복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알-사둔가(街)와 만수르, 라시드가 등 도심 상가 곳곳에는 하늘색 유니폼과 민간인 복장의 경찰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전쟁 직전까지도 차량통행이 많아 극도록 혼잡했던 간선도로들이 러시아워에도 한산했다. 경찰은 약탈방지 등 치안임무외에도 무적차량에 대한 단속에 나서 등록증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때문에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지에서 반입된 무적 중고차량의 통행이 크게 줄어 도심 주요 도로가 한산해졌다고 사둔가(街)에서 만난 한 시민은 설명했다.

 

 

◆ 인터넷 카페와 포르노 상영관 = 전쟁 전후의 가장 큰 외관상 차이로 시내 곳곳에 간판과 현수막을 내건 인터넷 카페를 꼽을 수 있다. 전쟁 전 후세인 치하에도 주요 호텔과 시내 곳곳에 인터넷 카페가 있었으나 사용 요금이 비싸고 속도가 느려 접속이 어려웠다. 더욱이 웬만한 사이트는 대부분 차단돼 접속이 원천 봉쇄됐었다.

 

그러나 전쟁 직전과 지금은 천양지차라고 할 만 하다. 지난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 바그다드 시내 인터넷 카페는 57개였다. 지금은 숫자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다.

 

라마단가(街)의 만수르 인터넷 카페. 4개월 전 문을 연뒤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2시간 문을 연다. 이용 요금은 시간 당 2천디나르(미화 1달러). 13대의 컴퓨터 가운데 비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관리인 나다 알-하시미(여.32)는 자랑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뒤 직장을 찾고있다는 칼리드 가우드(23)는 외국 가운데서도 특히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 친구들과 채팅하는데 폭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네티즌의 최고 인기 사이트는 핫메일, 야후 등 무료 e-메일 제공 사이트와 구글 등 검색 사이트. 포르노 사이트와 범아랍 위성 방송 알-자지라 뉴스 사이트도 인기가 높다.

 

후세인 치하 상상도 할수 없었던 새로운 풍속도로 포르노 극장을 들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알-사둔가에 10여개의 성인용 영화관이 성업중이다. 택시 운전사 압달라는 요즘 가장 인기있는 영화가 `섹슈얼 프레데터'라고 귀띔했다.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문을 열며 미성년자와 여자는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 2달러 정도면 포르노 CD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했다. 전쟁 전에 주로 상영됐던 값싼 아랍영화는 밀려나고 지금은 미국과 유럽 영화들이 바그다드 극장가를 점령했다.

 

◆ 혼란 속 풍요와 빈곤= 전쟁 직후라서 물자 부족현상이 심각할 것이라는 예상이 자주 빗나갔다. 시내 곳곳 대형 슈퍼마켓 마다 생수와 각종 생필품들이 인도까지 밀려나와있다.

 

마스마흐 지역의 이라크 전통식당 화이트 팰리스는 오후 4시가 다 돼도록 50여개의 좌석이 꽉 차서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호황이다.

 

외신 기자들이 주로 묵는 팔레스타인 호텔주변 광장에는 무허가 환전상들이 장사진을 친다. 달러 당 약 2천디나르의 공식 환율 보다 50디나르 정도 높게 바꿔준다. 이들에게 위기와 혼란은 곧 기회다.

 

유통체계의 혼란에 따른 시민 불편도 적지않다. 주택가나 일반 도로 곳곳에 가솔린을 담은 플라스틱 통이 늘어서 있다.

 

가솔린 가격은 전쟁 전과 큰 차이가 없다. 보통유가 ℓ당 20 디나르, 고급유는 50 디나르에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통에 담아 길거리에서 파는 가솔린은 ℓ 당 100디나르에 거래된다. 주유소에서 장시간 기다리기 싫은 성질 급한 사람들을 위한 상혼이다.

 

전쟁의 가장 큰 후유증 가운데 실업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식량계획(WFP)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전체 2천500만 인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60%가 실업상태다.

 

미 군정이 임금을 지급하는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경우 예상치 못했던 행운을 만났다. 유엔 제재로 고통이 최고조에 달했던 6-7년 전 공공부문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1만 디나르였다. 그러나 지금은 30만 디나르로 30배가 올랐다. 월급이 적어 공공부문을 떠난 근로자들이 이제는 다시 못 들어가 안달이라는 것이다.

 

전쟁 전 이라크 관영 통신 INA의 국제부장이었던 아사드 무하마드 무라드(50)씨는 지금 한 재벌 그룹의 파트 타임 통역사로 근무한다. 그나마 그는 다행이다. 당시 사장이었던 아흐마드 사크란(51)씨는 아직 실업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대학에 구직신청을 내놓고 대기중이라고 무라드씨는 전했다.

 

거리의 여자들에 관한 얘기도 자주 오르내린다. 미 군정의 야간통금령으로 대낮이 이들의 영업 피크 타임이라고 한다. 택시 운전사 압달라는 1천디나르면 가능하다며 미군 병사들이 주 고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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