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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선비정신

 

옛것을 익히면 새것을 안다고 하였다. 사고의식을 지니고 있는 우리에겐 대대로 삶의 의미를 지탱해 주는 가치기준의 잣대가 있었다. 그 잣대의 초점은 선비의식의 장취성에 맞추고 있어 우리 조상들은 양반에서 천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부자나 가난한 사람을 막론하고 선비가 됨을 선망의 적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선비는 학식과 인품을 갖춘 사람에 대한 호칭으로서 특히 조선시대에는 유고이념을 구현하는 인격체의 상징이 되어 신분의 높고 낮음이나 계급을 초월해서 선비의 학문과 요건을 갖추면 누구나 선비가 될 수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선비의 마음가짐은 공손하며 행동거지는 타의 모범이 되었으며 거동하면 반드시 예를 생각하고 어떤 일을 하던지 반드시 의를 먼저 생각하여 당장의 현실에서 뜻을 얻으려 하지 않고 뒷날의 귀함을 기약하려 했다. 또한 선비는 관작이 없어서 빈궁한 생활을 해도 도덕을 존신하며 겸양과 예로 자신을 지키는 것을 생활화하였다.

 

특히 한가로울 때 생기는 잡념을 덜고 본분을 지키기 위해 독서에 전념하는 것을 제일로 삼아 가정교육과 함께 밖으로 스승을 찾아가서 교육을 받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학문과 자기수련으로 형성되는 수양의 축적을 통해 자기완성을 다듬어 냈었다. 또한 선비가 배우는 학문의 범위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 근본은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일의 마땅한 도리를 확인하고 실천하는 인격적 성취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선비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책망하고 반성하는 인성적 수양을 거듭하여 선비정신을 도출해냈다. 그 선비정신은 입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선비가 뜻을 세우지 못하면 방황한다 하여 일찍이 공자는 그 뜻을 굽히지 않고 그 몸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경계하였다.

 

선비가 뜻을 세운 것이 확고하면 정의를 위하여 두려울 것이 없고 공론을 그르칠 염려가 없다하여 여기에서 선비정신은 발휘될 수 있으며 의리의 명분은 목숨보다 더 중시하게 되는 것이다. 「선비가 위급을 당하면 목숨도 바치며 득을 보면 의를 먼저 생각한다」는 명구도 바로 이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흔히 동방예의지국으로 지칭하고 있는데 여기서 예의란 예법과 의리라는 가치기준의 두 축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사람은 의리를 지킴으로서 인간관계에서 정당성을 추구하고 강한 신의의 결속력을 얻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친구의 우의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있으며 여기서 친구라 일컫는 공동체의 기본규범은 의리를 지키는 것이다. 의리를 저버리는 행위는 친구관계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적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의리의 본래의미는 개인적으로 동료들 사이에 지키는 신의요, 사회적 역사적으로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곧 의리는 정당성을 추구하는 원리로서 이해에 대한 반대개념임을 인식해오고 있다.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에 얽매어서는 안되고 철저하게 신의를 지켜야 하며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강직한 정신을 소유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뇌물을 받게되면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의리 있는 행위가 지켜지는 것이다. 이른바 의리정신이란 바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불의에 맞서는 공명정대한 신념을 의미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나라가 외침을 받아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선비들이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앞장섰던 것도 자기 일선보다는 의를 앞세운 데서 가능한 일이었고, 그때마다 국가에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진정한 선비정신은 이기심을 넘어선 당당하고 떳떳함 그 자체였다. 따라서 비굴하지 않고 꼿꼿하며 의심하지 않고 확고함을 지니는 것이 진정한 선비정신인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의 선비정신은 우리 민족을 이끌어온 주도적인 의식이요 사상으로서 대대로 우리들 가슴속을 채워온 민족도덕의 도리가 되어 충효열의 근간인 삼강지도를 궁행하였으며 예의와 염치를 일깨워 준 민족혼으로 승화되기도 하였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관료와 정치인들 사이에 부패가 만연하여 왔던 것이 사회현실이지만 그래도 올곧고 강직한 선비정신을 지닌 인물들이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해주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요즈음 자녀들을 훌륭하게 길러보겠다는 이기적인 허욕으로 원정출산을 의식하는 분들 그리고 공론적인 사회의식을 저버린 채 터무니없이 분수를 벗어난 해외유학이나 사교육을 시도하는 학부모들 제발 냉수 마시고 굳굳한 선비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인성교육을 통해 사람다운 자녀 기르기에 진력하지 아니 하실런지......

 

/고창문화원장 이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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