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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작용 심각한 조기영어교육 열풍

 

김영삼정부의 세계화(Globalism)정책 표방과 제 7차 교육과정(1997년~)에 외국어(영어)가 초등학교 3학년 정식교과목으로 채택되면서 조기영어교육열풍이 서서히 일기시작 하더니 지금은 온 나라가 조기영어교육 열풍에 휩싸여 있다. 영어가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필수 불가결한 생존도구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부족하여 해외 지향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완벽하고 능숙한 영어 구사력은 국가 발전의 잠재력 향상과 해외 바이어들과의 수출 및 대형건설 수주상담, 해외자본 유치 등 절대적이다. 우리가 IMF 환란을 경험하면서 위급한 국가재정을 위한 해외자본 국내 유입 및 최근 노사관계를 근심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해외 바이어나 투자가에게 그리고 북핵타결을 위한 6자 회담과, 긴박하게 돌아가는 작금의 국내정치현실을 설명하는데 적절하고도 완벽한 영어의 구사력은 국가의 신인도 제고나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위하여도 필수 불가결하다.

 

조기영어교육 맹신의 재고(再考)

 

그렇다고 해서 유치원 취원도 하기 전 젖떼자마자 ABCD.... 의 막무가내(?) 식으로 조기영어교육이 효과적이라는 맹신이 불과 3~4세 유아들을 영어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자녀에게 영어 한 가지 만큼은 확실하게 가르치겠다고 막대한 부담도 마다하지 않고 부인과 함께 해외 유학을 보내고 혼자서 살아가고 있는 이른바 '기러기아빠', 태어날 아이에게 아예 외국국적을 갖게 하려는 해외원정출산, 영어발음을 좋게 하려고 아이의 혀를 수술시키는 일 그리고 약 4조~5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영어 교육시장 등 영어교육의 역기능이 우리 사회의 전반에 어두움을 짙게 드리고 있다. 더욱이 상류계층이나 대도시로 갈수록 이와 같은 사회병리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면 영어는 언제부터 배워야 좋은가? 일찍 배울수록 좋은 것인가? 동덕여대 우남희 교수팀은 영어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는 만 7세 아동 13명과 만 4세 아동 10명을 선정해 영어학습 효과의 연령별 차이를 검사한 결과 총점 92점에서 7세 아동집단은 평균 60.6점, 4세 아동 집단은 29.9점을 받아 7세 아동의 성적이 훨씬 높았으며, 영어수업 시간에도 7세의 아동들은 영어라는 학습내용에 흥미를 느끼고 주의를 집중하는 반면에 4세 아동은 금세 싫증을 내고 강의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하였다.

 

또한 연구팀은 영어교육이 유아들에게 스트레스를 줘 뇌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영어교육은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이 어느 정도 발달한 뒤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의대 서유현 교수는 "만 3~6세는 종합적 사고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다양한 경험과 예절, 도덕교육을 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만 6~12세에 발달하는 측두엽의 기능인 언어 즉, 영어교육을 과도하게 시키면 미처 성숙하지 못한 언어중추를 지나치게 해 장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충고한다.

 

언어학자 놈 촘스키(Noam Chosky)에 의하면 인간은 누구나 두뇌 속에 언어 습득 장치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12세~13세가 되면 이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하였으며 Persky는 6-11세까지가 이중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하며 나이가 어릴수록 새로운 언어와 완벽한 발음을 습득하기에 용이하다고 하였다.

 

전임지 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하였을 때 미국인 아버지와(미 공군 군산비행장 근무 후 퇴역 현재는 미국으로 전 가족 이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학생(용모는 한국인과 똑같음, 동생은 완전히 미국인 용모)은 우리말에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수업시간 중 조금만 어려운 낱말을 사용해도 뜻을 파악 못하고 힘들어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가정에서는 거의 영어를 사용하고 학교에 와서는 우리말로 공부하니 사고(思考)와 언어의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영어와 한국어 중에서 어느 쪽이 어려우냐의 담임의 질문에 그 역시 영어가 어렵다고 했었다. 이러한 예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지나친 조기영어교육열풍은 학부모들의 재고(再考)가 필요할 듯 싶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

 

영어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며 원어민(native speaker)과의 지속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외국어 방송에 늘 노출되어야 하는데 우리말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상태의 유아들에게 일시적이고 일방적인 주입은 아무래도 부모의 과욕이며 싫증을 가져오기 쉬우며, 지나친 경쟁의식에 연유된 것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을 듯 하다.

 

필자 역시 영어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 영자지 신문 구독 등 노력하여 오고 있으나 어휘력(vocabulary)과 듣기(listening)의 빈곤으로 역부족의 한계를 느낄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10여 년 전 전국 영어 말하기 경연대회에서 최고점을 받은 대학생이 "영어에는 왕도가 없으며 꾸준히 노력하는 길 밖에는 없다”는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강인철(익산성북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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