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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신토불이를 알고 쓰자

 

그동안 TVㆍ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우리 귓전을 울려 놓은 말이 신토不二이다. 구태여 새김을 붙이면 사람은 땅에서 태어나서 땅으로 돌아가게 됨으로 내가 태어난 땅과 내 몸은 둘이 아닌 바로 하나란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리 농민들에게 끝내 한을 안겨주게 된 우루과이라운드(UR) 바람이 한창 몰아 부치던 때에 괘꽝스레 나타난 말이다. 들리는 말로는 그때 농협이 농민들을 위무격려하고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대응할 슬기로운 마음가짐으로 발굴해낸 말이라고 하였다. 하여튼 신토불이는 자기 땅에서 난 농산물이 몸에 좋다는 뜻으로 급기야 우리 농산물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지 농협이 출하한 농산물은 신토불이가 상표나 다름없는 제2의 KS마크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제 신토불이의 뜻은 몸과 땅이 둘이 아님에서 출발하여 몸은 단순한 자기육체를 가리키지 않고 영혼과 더불어 숨쉬는 생명체를 뜻한다는 것이다. 또한 흙은 순수한 농토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생활환경을 에워싸고 있는 자연계를 통칭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불이는 둘이 아니라 결코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일체된 사이임을 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개함으로서 신토불이는 사람과 자연이 절대적 조화의 대상으로서 하나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 농산물을 선호하자는 농민구원의 한계이자 나라사랑의 가슴울린 겨레말로 승화된 신토불이는 UR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돌게 된 정겨운 느낌 의 말로서 삶의 원리가 담겨져 있는 민족언어이자 사상으로까지 비약되고 있다.

 

신(身)은 정신과 육체가 하나로 조화된 몸이며 인간이다.

 

토(土)는 땅이고 향토이며 국토이고 자연이다.

 

신과 토는 서로의 생명력을 보전하기 위해 결코 둘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곧 신토불이 사상이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슬기롭고 너그러운 자연사랑을 우리들은 이어내지 못하고 긴박한 현실 속에서 고마운 자연을 오염시키고 짓이기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사랑 자연은 인간사랑의 철칙 속에 불문률의 상호부조의식이 무지하고 잔인한 우리 인간들의 만욕으로 인해 피폐한 국토와 우리 먹거리를 외면한 채 외국의 먹거리에 우리 입맛을 자꾸만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두고 우리는 조상 앞에 무엇을 뉘우치고 깨달아야 할 것인지?

 

정녕 우리 몸에 끓고 있는 피는 분명 동양의 피요 한국의 핀데 같은 동양 3국중 유독 우리만이 남이 쓰다버린 쓰레기 말 신토불이를 재고의 겨를도 없이 무작정 쓰고 있어 실로 망막하기 이를 데 없는 내 탓 이오다.

 

신토불이는 환경적응력을 의미하여 만물이 함께 자라는 창조적 섭리이고 자연을 살리자는 운동적 사상이다. 사람과 자연은 하나라는 생각은 오랫동안 이어온 대표적인 동양사상이다. 다만 현대의 지배적인 서양의 물질문명에 감춰진 것처럼 보여졌을 뿐이다.

 

자연에 역행하는 서구문명의 모순이 결국 잃어버린 원초성과 고향을 그리워하게 하듯이 신토불이는 우리로 하여금 자연과 조화하는 우리의 사상을 되돌아보게 하고 뉘우치게 하는 자극적인 계명이 된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대지의 보살핌 없이는 사람의 생명이란 한시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깨달음은 곧 신토불이가 살아있는 대자연과의 조화를 일깨워주는 생존법칙임을 인식해야 할 명심사항인 것이다.

 

그러나 신토불이는 요즈음에 와서 값싸고 저질한 상혼은 물론 별아별 짓궂은 대목에 이르기까지 너무 흔해 퍼져 신토불이의 진면목이나 그 고답한 인식이 자꾸만 흐려지고 있는데 안타깝고 애석하기 그지없다. 더욱 한심한 일은 신토불이가 역사적으로 맥을 잇는 겨레말이 아니고 일본 농산물이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뜻으로 일본사람들이 한문자를 짜 맞추어 만든 일본말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 6.25전쟁 덕에 치부한 일본이 떵떵거리던 때에 자국의 농산물을 전 세계에 알리는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말이 바로 신토불이라는 신조어인 것이다. 실컷 써먹고 쓰레기통에 버린 김빠진 그 말을 뒤늦게 우리 농협이 주워다가 우리 농산물을 상징하는 말로 삼았다는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신토불이의 연원은 불교의 법화경경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열 개의 불이문(不二門)가운데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의정불이(依正不二)에서 의(의)는 토(土)요 정(正)은 신(身)으로 해석되어 둘이 아닌 하나의 일체를 밝혀주는 데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아무 뜻도 모르면서 덩달아 쓰고 있는 우리의 비참한 현실을 두고 일본 외래문화가 우리 생활 주변 깊숙이 파고든 것과 신토불이 상표를 붙인 우리 농산물이 수출되었을 때 일본에 종속된 종전의 국제관념들이 우리를 보는 시각에 어떻게 투영될지 심히 우려되고 이를 고소하게 지켜보는 일본인들의 심보를 그냥 지나쳐야 할지 국민의 양심 앞에 이렇게 파헤쳐 보는 것이다.

 

/고창문화원장 이 기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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