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8 03:47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경제 chevron_right 서비스·쇼핑
일반기사

재래시장 상인 "설대목은 옛말"

 

설 앞둔 전주남부시장 현장 리포트

 

"대목은 무슨…사람구경을 해야 장사를 하지”

 

"사람구경을 해야 장사를 하지. 아직 마수도 못했어.”"대형마트가 웬수야. 다들 마트로 가지 시장엘 누가 오나.”"시내버스라도 다닐때는 괜찮았는데…이젠 안돼.”

 

설 장보기가 본격화된 19일 오전, 전주 남부시장은 상인들의 말그대로 '썰렁'했다. 이 시각 전주시내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은 설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시장통안 골목에서는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낮 12시가 다 된 시각. 남부시장에서 50년째 건어물가게를 해왔다는 이씨할아버지(73)는 아직 개시도 못했다며 한숨을 지었다. 곶감과 한과 대추 엿 등 차례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할아버지는 "설대목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라며 "설장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웃 시장골목에서 2대째 한복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충현씨도 "설대목은 이제 옛말”이라며 불경기를 호소했다. 연중 최대 대목이지만 경기침체로 한복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맘때쯤이면 하루 20벌이상 팔리는게 예사지만 올해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고. 특히 어린이한복의 경우 인터넷구매가 보편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남부시장 천변에서 생선장사를 하고 있는 유씨 아주머니도 "옛날에는 가족들이 나와 도와줘야 할 만큼 사람들이 몰렸지만 지금은 혼자서도 너끈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이 제일 바쁜 때지. 본격적인 장보기가 시작되는 때잖아. 근데 요즘은 마트로 다 가버려서 한가해. 재래시장을 불편해 하잖아.”

 

아주머니는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도 오징어 1마리, 명태 1마리, 꼬막 1그릇 등 조금씩밖에 사가지 않는다며 가격도 많이 올랐고 경제도 어려워 장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웃에서 과일을 파는 홍순임씨는 "20년동안 남부시장을 지켰지만 이번 설처럼 사람이 안들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귤 서른개, 사과 5개, 배 3개, 밤 5천원어치씩 사가. 비싸니까 낱개로 사가지.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파는게 남는거야.”

 

설경기가 어떠냐는 질문을 "말로는 못할정도”라고 일축한 홍씨 아주머니는 하루에 2∼3만원벌기가 힘들다고 했다.

 

채소를 파는 김남구씨도 "꽈리고추 1박스가 4만원인데 지난 18일 하룻동안 4만원어치 팔았다”며 물건만 수십만원어치 들여놓고 자리 지키고 앉아있자니 속이 터질 지경이라고 폭폭해 했다.

 

설이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남부시장에선 설 대목 기운을 느낄수 없었다. 장보기에 나선 주부들의 발길도 드문드문 이어졌고, 그들이 든 장바구니 무게도 가벼웠다. 상인들은 대형마트를 탓하기도 했고, 재래시장을 관통하지 않는 버스노선을 아쉬워하며 자치단체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모습으론 옛날의 영화를 되찾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도 놀면 뭐해. 용돈이라도 벌어야지.” "이따가 사람들이 밀려들거야. 희망이라도 있어야지 않겠어.”

 

날씨가 풀리면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라며 실낱같은 희망을 비췄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은수정 euns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경제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