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붕괴되고 있다.
'2003 고창군 통계연보(고창군 발간)'에 따르면 한해동안 고창군 전입 인구는 6천8백91명인데 반해 전출 인구는 1만1천1백22명으로 이농 현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세대당 구성원이 감소세를 보이며 나홀로 세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전출 인구의 대부분이 청년층이며, 이혼율 또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해동안 2백36쌍이 결혼하고 1백19쌍이 이혼한 것으로 집계, 이혼율이 5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혼이나 부모 문제, 특히 주부 가출로 인한 나홀로 세대 현상은 완전 농촌이 아닌 소도시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송경숙 정읍가정법률상담소장은 "정읍지역의 경우 자녀 교육문제로 인한 부부 갈등도 크지만, 특히 배우자의 성 개방으로 인한 이혼 상담과 가정 위기에 관한 상담의 비중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30대 또는 40대의 어머니 또는 아버지가 가출,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맡겨져서 자라는 아이들이 동네마다 두서너집 정도에 이르게 됐다.
특수작물 축산 양돈 논밭농사 양식업 등에 여성들의 영농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여성농민들의 시야가 넓어진 반면, 농가 소득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남편이 무능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집을 나가면 무조건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 벌어서 성공하면 아이들을 데려다 키울 작정인데 쉽지는 않네요.”
전주시내 음식점에서 일하는 남원시 덕과면 김 모씨(36)는 빚이 많아 몇달 전 돈을 벌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집을 나왔지만, 아직도 살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연변이나 베트남 출생 여성들과 결혼한 농촌 가정의 경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농촌의 또다른 문제로 남게 됐다.
농촌 남자들이 불쌍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예전과는 달리 먹고 살기에 급급해 열심히 일하는데도 소득이 따라주지 않아 아내의 가출을 막지 못하는 게 농촌 실정이기 때문.
그러나 전북여성발전연구원의 조사는 아직도 농촌이 남성중심적인 가부장제적 유교문화의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서 여성농민들이 행복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전북지역 여성농민 분석 결과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여성은 91.0%로 도시지역 취업여성의 85.5%에 비해 5.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지역에서 가사노동은 여성이 거의 전담하고, 남편은 장보기와 아이 돌보기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약간 해주고 있었을 뿐 전담하는 경우는 1% 정도에 불과했다.
나이가 젊은 여성농민들이 많은 여성들보다 상대적으로 가사노동에 더 큰 부담을 더 느꼈으며, 평야지역 여성농민이 산간지역 여성농민보다 남편의 가사노동 참여에 대한 만족감이 2배 이상 높았다.
박재규 책임연구원은 "가부장 의식과 여성주의 의식으로 나눠볼 때 건강한 여성농민일수록 여성주의 태도를 갖고 있으며, 농가부채가 많은 여성농민일수록 또 나이가 적고 교육 수준이 높은 성향의 여성농민이 여성주의 태도를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의 농촌엔 공동체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고 다분히 폐쇄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지역사람들이 여성의 외부 활동을 달갑지 않게 여기지 않을 뿐더러 그들의 남편을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여성학자들은 어렸을 때 경험하는 성차별적인 사회화 과정은 남성과 여성에게 차별적인 사회적 태도와 역할을 내면화시키므로, 농촌지역에서 양성평등 인식 확산을 위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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