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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이여, 두드려라 '파트타임'

 

'이태백''삼팔선''사오정'…. 취업난과 일자리 보전이 '엄청나게'심각함을 고발하는 우리시대 풍자 아이콘이다. 여기에 주부재취업 명함을 내밀면 일자리 한번 갖지 못한 이십대들에게 미안한 일일까.

 

그렇다고 결혼과 출산 등으로 자신들의 꿈을 접었던 주부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도 일하는 기쁨과 버는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재취업을 원하는 주부들에 인기있는 직종이 파트타임이다. 지역에 대형유통업체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파트타임은 무엇보다 일하는 시간이 짧아 가정생활과 병행하기 수월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비정규직이지만 정규직원과 유사한 대우를 받는 것도 메리트로 작용한다. 4대보험(의료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이 적용되고 주6일근무와 보건휴가 정기휴가 등이 주어지는 등 상대적으로 고용환경 및 복지수준이 높다.

 

주부 파트타임을 선호하는 곳은 단연 유통업체다. 계산대와 안내데스크 판매보조 포장대 사무보조 등에 이들을 활용한다. 근로시간이 짧아 구직을 원하는 주부들의 기호와 맞아떨어지는데다가 이직률이 적고, 근무태도가 성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파트타임 120명을 모집한 롯데백화점 전주점의 경우 1천여명이 원서를 내, 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백화점 관계자는 기대이상의 호응이었다며 놀라워했다.

 

지역내에서는 이마트전주점과 농협전주하나로클럽 대한통운마트 전주마트 등 할인점과 백화점 등지에서 파트타임을 채용한다.

 

이마트 전주점에는 현재 71명의 주부사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이 지키고 있는 곳은 계산대와 안내데스크 상품권판매대 소형가전판매코너 등. 9개조로 팀을 짜 교대근무하는데 1일 6시간미만 일한다.

 

이마트 파트타임은 1년단위로 고용계약을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경우 지속 근무한다. 따라서 채용조건은 40세이하지만 현재 일하는 사람중엔 마흔을 넘긴 사원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비정규직원이지만 정규사원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4대보험에 가입됐고, 본인에 한해 최고 500만원까지 의료비도 지원받는다. 주1회 휴무와 연월차, 보건휴가, 정기휴가 등도 주어진다. 급여는 시간당 3천100원∼3천800원 수준.

 

농협전주하나로클럽 역시 파트타임이 많다.

 

이곳의 파트타임은 초단기사원과 시급사원으로 다시 나뉘는데, 초단기사원은 아르바이트개념이 강하다. 하루 5시간이내 일하며 급여는 시간당 2천800원수준. 식사비가 별도로 지급된다. 계산대와 자율포장대 채소판매코너 물류부 일을 주로 맡는다.

 

시급사원에 주부들이 많다. 45세가 제한연령으로 상대적으로 응시 폭이 넓다. 시급사원의 경우 4대보험이 적용되고 시간당 3천원 수당과 식사비가 더해진다. 이들에게는 보건휴가와 유급휴무가 주어지는데 근무시간이 조금 길다. 계산대와 소포장실 등지에서 일한다.

 

하나로클럽 시급사원은 정규사원으로 채용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현재 채용작업을 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역시 주로 계산대업무를 파트타임에 맡길 예정이다.

 

이밖에도 대한통운마트와 전주마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유통업체들도 주부 파트타임을 고용하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파트타임을 수시로 모집한다. 채용관련기관이나 신문 등지를 통해 공고하기도 하고, 자체 홈페이지를 활용하거나 추천을 받기도 한다.

 

업체마다 수당을 비롯한 근로조건 등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알아본 후 결정해야 하며, 직접 방문해 상담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파트타임 근로환경실태

 

파트타임은 상대적으로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만 직무만족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급여나 근로조건 등에 대한 불만은 많지만 가정생활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고 있다. 또 고용구조도 업체별로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

 

파트타임 근로환경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주부클럽 전주·전북지회가 지난해 도내 대형할인매장에서 일하는 파트타임 여성근로자 실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소개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일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40%에 그쳤다. 불만 일순위는 급여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간당 2천400원에서 3천700원까지 임금을 지급, 월급여가 50만원∼80만원대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은 없으며, 상여금도 대부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명절 떡값정도만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별로 휴근수당이나 보건수당 월차수당 유급휴가 등을 주기도 하지만 수당이 전혀 없는 곳도 있어 근무의욕상실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에 불만족하는 이유는 업무량이나 일하는 시간, 경력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득은 자녀교육비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에 보태거나 저축, 자기개발 등에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역시 임금이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휴식시간 증가, 경력인정, 보험 등에 대한 개선을 희망했다.

 

대부분의 파트타이머들은 급여 등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어도 현재의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 직장내 관계가 원만하며, 시간적 여유가 있어 가정생활과 병행하기 쉽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도내 파트타임 평균근로시간은 6∼8시간이며, 월 평균 근로일수는 27일·휴가일수는 3일·급여는 65만원 수준이다.

 

 

파트타임 6년차 윤정희주부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 일하면서 풀어요. 매일 나올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입니다.”

 

가정생활과 병행하기 힘들지 않느냐는 유도질문에 "없다. 재밌다.”며 연신 함박웃음을 지어내는 윤정희씨(43, 전주시 서신동). 단발 생머리에 노란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그는 무척 활기차 보였다.

 

윤씨의 일터는 이마트 전주점. 지난 98년말 이마트 개점당시부터 계산대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결혼해 출산하면서 직장을 그만뒀어요. 10여년동안 아이들 키우다 재취업한거죠.”

 

일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는 그는 이마트에서 파트타임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 원서를 냈단다. 당시 80여명이 함께 입사했는데 지금은 22명만 남았다고.

 

윤씨의 근무시간은 하루평균 5시간∼5시간30분. 60여명이 조를 짜서 교대근무하는데 주말이나 명절 등을 제외하면 그리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어깨가 많이 아팠어요. 지금은 적응돼 괜찮습니다.”

 

계산대 위치에 따라 일의 강도가 조금씩 달라진다고 귀뜸해주는 그는 이마트가 워낙 고객이 많아 게으름을 부리거나 꾀를 피울 수 없다고 한다.

 

일하면서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고객의 항의를 받을 때. 고객이 불쾌해하지 않도록 친절히 응대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몸에 배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지금은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물론 집에서 쌓였던 불만까지도 날려보낼수 있단다.

 

처음 일을 시작할때는 아이들과 교편을 잡고 있는 남편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후원자가 됐다고. 간혹 힘들지 않느냐며 쉬라고 권유하기도 하지만 윤씨의 즐거움이 큰 것을 알기에 강요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쉬는 날이 적어 불편했어요. 가족들과 시간을 맞춰 나들이 한번 가기 힘들었지요.”

 

주 6일 일하고 보건휴가와 여름휴가가 있기는 하지만 유통업체 특성상 연중 문을 닫지 않아 가족이 쉴때 함께 쉬기가 어렵단다.

 

하지만 그는 일을 함으로써 무기력하고 나태했던 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건강도 좋아지는 등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아 일하는 것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 5년을 꼬박 계산대만 지켜 싫증날 법도 하지만 그는 일할 수 있는 한 현재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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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정 eun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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