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타거나 유명해져서 학교를 빛낼만한 일은 아직 못했지만, 밤 늦도록 불을 밝혀 학교를 빛낸 사람들은 저희들이었어요.”
젊음과 열정이 무기인 20대의 미술학도들. '순수회화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궁금했다'는 이들이 도발적인 언어로 예술을 공격하고 나섰다. 군산대 미술과 선후배 사이인 이현우(23) 채연석(26) 김영봉(25)씨. 19일까지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미술 3인전'을 열고있는 이들이 주목받을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감히' 예술을 공격하겠다고 나선 이들 3인방은 도발적인 미술을 'art attack'이라 이름 붙여 앞세웠다. 뒤돌아서면 또 보고싶은 첫사랑을 시작한 청년들처럼 비워내면 다시금 채워지는 예술에 대한 표현 욕구를 이 전시를 통해 풀어내보이고 싶었단다.
이들은 '밤이면 밤마다 학교에 형광등을 밝히다' 친해졌다. 작업 중인 조각이나 동상들로 유독 밤이 되면 공포스러워지는 학교 작업실에서 자연스럽게 맺어진 인연이다.
'다양하고 시끄러운 걸 좋아하는'현우씨의 주도에 조용하고 과묵한 형님들이 이끌려(?) 이번 전시 프로젝트팀이 구성됐다.
"학교를 벗어나 여러 사람들 앞에 작품을 내놓으려니 아무래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대신 더 의욕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어요.”
'art attack'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현우씨는 'The Disorder of My Mind'를, 연석씨는 'Have a Good Day'를, 영봉씨는 '벽'을 테마로 택했다.
군대를 면제받은 덕에 나이는 어려도 최고 학년인 현우씨는 실기와 이론을 결합시키는 데 꽤 고생을 했다.
"3∼4학년 쯤 되니 단순히 묘사에 치우쳤던 드로잉에서 벗어나 이론과 결합시켜 작품의 깊이를 더해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작품 테마도 '내 마음의 혼돈(The Disorder of My Mind)'이다. 자신의 과도기적 작품들을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재돼 있는 무질서한 상황으로 확대시켜 현재 진행형으로 새 스타일을 창출해냈다.
미술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현우씨는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디자인을 공부할 생각이다.
맏형 연석씨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Have a Good Day'를 외친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이다. "어렵고 난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평범하진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상에서 찾아낸 여유와 평화를 유화·연필·크레파스·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표현했다. "이것 저것 많이 연습하고 표현하고 싶다”는 그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영봉씨는 '벽'을 주목했다. 실존하는 벽과 그려진 벽을 그는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봤다. 전시장 벽에는 그가 그린 빨간 소화전이나 콘센트가 걸려있다. 캔버스 안 콘센트에서 빠져나온 실제 전선은 전시장 안의 실제 콘센트로 연결되기도 한다. 결국 사실과 허구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어떤 작업이든 중간적 입장에서 생각하고 싶다”는 그는 '벽'에 숨겨진 것들을 다 찾아내지 못해 한동안 '벽'에 몰두할 것 같다고 했다.
처음으로 자신들만의 전시를 함께 마련한 이들은 많은 것을 깨달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소득을 우정이라고 꼽는다. 미술에 대한 생각과 의지는 조금씩 달라도 고단한 작업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를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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