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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문신 시인의 '수화'

 

 

시는 세상을 읽는 또하나의 창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시 한편이 독자여러분을 만납니다. 시로 여는 아침, 우리의 삶에 늘 새로운 희망이 안겨지기를 기대합니다.

 

 

 

수화(手話)

 

 

손이 말을 하고 있었다 산부인과 신생아실 앞 투명한 유리창에 늘어선 키 작은 사람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손짓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검은 손가락 끝에서 마술처럼 쏟아져 나오는 슬픈 모국어 유리창 너머 얼굴이 빨간 아이는 주먹을 쥔 채 말을 아끼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시위대처럼 늘어선 벚나무에서 벚꽃이 날리고 있었다 불끈한 나뭇가지 끝에서 펑펑 햇살을 튀기며 흩어지는 꽃잎 꽃잎 꽃잎 봄이었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면서 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허공에 내질러진 나뭇가지들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뜨개질해 놓은 말들이 함성처럼 몰려다니고 있었다

 

 

/문신(시인·2004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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