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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어린이책 매장, 주말마다 '북적북적'

 

지난 일요일 오후 4시 전주 홍지서림. 드나들기 불편할 만큼 북적이는 곳이 있다. 어린이책 매장이다. 함께 온 부모의 손을 떨궈버리고 작은 공간이라도 있으면 비집고 들어앉아 책을 보는 아이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다. 아이들이 보는 책은 대부분 만화. 저마다 책갈피에 코를 박은 채 웃고 탄성 지르고 인상을 찌푸리며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북마스터 김경희씨(24)는 "휴일이면 서점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도서관에 온 것처럼 하루 종일 책을 보는 아이들도 있고, 아침에 아이를 맡기고 밤에 데리러 오는 부모도 있다”며 서점의 신풍속도를 소개했다. 민중서관이나 대한문고 등 도내 대형서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

 

"만화말고 사줄 책이 없어요. 과학도 만화, 역사도 만화, 천자문도 만화, 성교육서며 경제관련 책까지 다 만화로 돼 있어요. 동화책이랑 창작동화, 고전 몇 편 빼면 다 그래요.”

 

초등학생 자녀들과 서점 나들이에 나선 홍윤영씨(42·전주시 평화동)는 "아이들이 만화만 봐서 다른 책을 사주러 왔다”고 말했지만, 허탕을 쳤다. 만화책 서너 권을 끼고 앉은 자녀들이 좀처럼 마음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 까닭이다. 홍씨의 말대로 요즘 아동도서 매장은 만화가 점령했다.

 

서점용 아동만화 단행본이 대형서점 주간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안에 들기 시작한 것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나출판사 펴냄) 시리즈가 출간된 3년전부터다. 지금은 '서바이벌 과학상식'(아이세움 펴냄) 시리즈와 , '마법천자문'(아울북 펴냄) 시리즈, 이원복의 '21세기 먼 나라 이웃나라'(김영사 펴냄) 시리즈, 김우영의 '뚱딴지'(파랑새어린이 펴냄) 시리즈, '이문열·이희재 만화 삼국지'(아이세움 펴냄), '만화로 보는 북유럽신화'(창해 펴냄), '아침형 아이'(문공사 펴냄) 등이 순위에 올라있다.

 

"아동매장에서만 하루에 적게는 5백권에서 많게는 2천권까지 판매된다”는 김경희씨는 "요즘 어린이책 코너를 '도배'하고 있는 만화책들은 어른들이 기억하는 그것과 많이 다르다”고 소개한다. "전체 매출액 중 아동도서가 10% 가량 차지한다”는 대한문고 심지원 관리부장(30)도 "만화로 됐지만, 책이 고급스럽고 '학습 효과'를 강조한 책들이 많다”고 말했다.

 

책 읽을 시간이 절대 부족한 요즘 아이들의 환경이 만화 붐의 한 원인. 공부에 짓눌린 아이들이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만화에 탐닉하는 것이다. 부모는 창작동화를 많이 권하지만 지나치게 교훈적이라 재미를 얻기 힘들다.

 

또 하나는 부모들의 교육열. 만화대국 일본에서 한 해 나오는 아동용 학습만화가 20여종에 불과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학습'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만화책이 3∼4백종을 헤아린다.

 

김민정씨(38·전주시 태평동)는 아이들로부터 "만화책 사달라”는 요구를 들을 때마다 복잡한 심경이 된다고 고백한다.

 

"예전 만화들에 비해 괜찮은 것도 같고, 공부도 되는 것 같고, 그런데 어떤 경우엔 지나치게 선정적 폭력적이고, '이렇게 만화만 봐도 되나' 슬금슬금 걱정이 되지요. 헌데 만화책이라도 읽는 게 어디냐, 싶기도 해요. 기본 상식은 쌓이잖아요.”

 

'예스24'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 해당 사이트에도 "책을 전혀 안 보던 애가 책보는 버릇이 생겼다”는 식의 감상문이 많다. 문제는 책의 질. 동화작가 김종필씨는 "아이가 독서를 얼마나 풍부하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느냐는 부모의 책임이 크다”며 "함께 서점에 가서 직접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분하는 훈련을 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모 자신이 어린 시절 읽은 고전이나 명작동화, 창작동화만 고집하지 말고 역사·과학 등 아이가 만화를 통해 흥미를 보이는 분야로 독서 성향을 확장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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