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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JIFF]노란 점퍼 자봉! 그대들 있어 영화제가 빛난다

30일 오전 10시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입구에서 만난 차량지원팀 자원봉사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환하게 웃고있다. (desk@jjan.kr)

 

29일 오후 8시 40분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내 프리머스 사거리.

 

'빨간봉'이 상하운동을 한다. 직진하는 '파란차'를 옆길로 인도하려는 '노란옷'. '빨간봉'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고집을 부리는 '파란차'. 항의가 거세다.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파란차'는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고 쏜살같이 나간다. 허탈한 '노란옷'. 다시 '녹색차' 발견. '이번에는 실패하지 말아야지' 마음을 다잡지만 운전자 인상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마찰은 이미 예고 되어 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10시간 40분째. 언제나 강행군이다.

 

2004 전주국제영화제 16명의 차량지원팀 자원봉사자. 이들은 영화제가 시작된 지난 23일부터 햇빛이 간질이면 간질이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굿굿하게 영화제를 수호하고 있다.

 

'잘 키운 자봉 하나 영화제 성공 앞당긴다'. 시작부터 이런 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는 제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그나마 영화제의 체면을 세워준 수훈갑(樹勳甲)은 자원봉사자들이다. '노란 점퍼 군단' 혹은 '자봉'으로 불리는 이들은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부터 완주 죽림온천(사랑방)까지, 티켓팅부터 상영장 객석까지 영화제 현장 곳곳에 배치돼 영화제 홍보사절이자 관객과의 접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중 일사불란한 팀웍을 과시하는 남성 16인조 차량관리팀은 거리에서 영화대신 차량들과 옥신각신하며 영화제를 치르고 있는 주인공들. 강창우 김상범 박권일 박상훈 박종필 백남영 송진우 오상환 이경규 이상준 이성길 이시온 임새원 최석주 최우진 한교수씨. 도내 대학생들로 구성된 이들은 모두 20대 청년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차량관리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환·경규씨는 지난해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아우성이다.

 

"시민들 인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고집부리는 분들은 여전해요.”

 

간혹 앞뒤 가리지 않고 욕하는 사람들을 만날때면 젊음의 객기를 누르기 쉽지 않지만 매일 밤 팀원들과 함께 갖는 '포장마차의 담화'로 스트레스를 날려보낸다.

 

자봉이 영화의 거리에서 직접 차량통제를 맡은 것은 지난 1회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29일 오후부터는 경찰들이 가세하면서 수월해졌지만, 그렇다고 일이 만만해진 것은 아니다. '노란옷'들은 "노란 점퍼가 족쇄였다”며 "관객들과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영화제를 보냈다”고 푸념이다. "영화는 잘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제3세계나 쿠바영화, 애니메이션 등 쉬지 않고 쏟아내는 것을 보니, 영화 매니아였거나, 영화제에 대한 자부심이 보통을 넘는 게 틀림없다.

 

자봉들은 영화제 구석구석에서 빛난다. 예정대로만 진행되면 좋겠지만 열흘동안의 영화제에서 예고없이 일이 터지는 것은 다반사. 엄마와 함께 '18세 관람가' 영화를 보러온 아이들을 돌보는 '상영장 보모자봉'이 갑작스레 생기고, 시험을 보러 간 자봉을 대신해 두 세 가지 일을 함께 처리하기도 하는 난감하고 재미있는 사건들이 숨어있다. 자봉활동을 위해 캐나다에서 온 재미교포 한세연씨나 6명의 어르신 군단, 자봉들에게 딸기를 선물하는 서포터팀, 극장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자체 이벤트를 통해 외롭지 않은 사랑방팀을 비롯, 같이 힘들 때마다 힘이 되는 2백65명의 2004JIFF 자봉들이 있어 영화제는 힘을 얻는다.

 

이들의 땀과 미소가 있기에 이틀 남은 영화제, 최고의 행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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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우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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