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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짱! 모여라 글세상]봄선물

 

봄 선물

 

"소리야, 이 새 이름이 카나리아래. 깃털 좀 봐. 예쁘지?"

 

"내가 좋아하는 노랑색이다! 와 ∼"

 

봄이 되면서 내게는 새 두 마리가 왔다. 엄마께서 새 두 마리를 사 오셨다. 3학년이 되어 부쩍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진 나에게 옆에서 밉지 않게 쫑알거리는 새들은 곧 나의 말동무가 되었다.

 

"넌 공부도 안하고 좋겠다. 먹고 자고 또 먹고 자고 …"

 

하면,

 

"넌 공부도 하고 좋겠다."

 

라고 대답해 왔다.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공부하는 데에 투자해야 했던 나에게 새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계속 먹고 놀기만 하는 새들에게 질투가 생긴 나는 새장을 건드리며 심술을 부리기도 했다. 그렇게 짜증을 부리는 내게도 노랑 카나리아는 노래를 해 주었다. 카나리아는 내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새가 우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저녁이 되면 조용히 자는 새였는데, 이상했다. 나가보니 평소 다정히 붙어 자던 새들이 서로 떨어져 앉아 서럽게 울고 있었다. 놀라 호들갑을 떨던 나는 아빠를 불러 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울고 있던 새 한 마리의 발에 피가 가득 묻어 있었다. 아니,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빠께서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른 다음 붕대를 감아주었으나 그 새는 발이 낫지 않고 피를 흘렸다. 알고 보니, 그 새가 치료한 발을 자기가 뜯고 있었다. 새는 상처를 감은 붕대를 견디지 못해했던 것이다. 결국 그 새는 죽고 말았다. 새 한 마리가 죽자, 홀로 남은 그 새의 짝도 몇 일 뒤에 죽어버렸다.

 

"새야, 이젠 짜증내지 않을게. 옆에서 시끄럽게 해도 되니깐 제발 다시 와, 응? 내가 매일 노래 불러줄게 "

 

두 새가 죽고 오래 뒤에야 난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은 혼자 노래해도 슬프지 않다. 공부만 해도 힘들지 않다. 새들하고 함께 한 추억이 있으니깐. 노오란 카나리아 새 두 마리는 아마 공부에 지쳐있는 나에게 행북을 주려했던 신의 작은 봄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서신중 3학년 김소리

 

들풀

 

고요한 달빛이

 

밤하늘로 번져가는 동안

 

작고 여린 풀 하나가

 

적막의 자장가 속에

 

담벼락에 힘겹게 기댔다.

 

하루 종일 이리저리 채이고, 밟혔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은 몸짓으로 그렇게 누웠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더렵혀진 몸을 아침이슬에 씻으며,

 

뭉개진 몸을 따뜻한 햇살에 일으키며,

 

오늘도 힘든 하루를 살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오늘 아침

 

잎 사이로 흘렸던 눈물만큼,

 

사람들의 무관심의 잘못만큼,

 

그 모든 것을 용서하고, 수용한

 

들풀의 마음만큼.

 

수줍은 모습의 들꽃이

 

아프도록 뜨겁게 필 것을.......

 

나는 안다

 

사람들 모두가

 

한 번씩 허리 숙여 꽃의 향기를 맡은 후,

 

그 아름다운 향기와 모습을

 

사랑하고, 감사해 할 것을.......

 

<글을 읽고>

 

◇소리의 글.. 이 작은 여중생에게 다녀간 노랑 카나리아는 어찌하여 '신의 선물'이 되었을까? 그 고운 색깔이나 소리보다도 글쓴이는 새들과 함께 한 나눈 교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로 나눈 정과 사랑을 남기고 죽은 카나리아는 소녀의 가슴속에 살아 남았다. 빛이 아니라, 소리가 아니라,가슴으로 오고 가슴으로 받는 것이 신의 선물인가 보다.

 

◇홍주의 글.. 참 이상하지? 여린 풀 하나가 담벼락에 기대어 숨을 고르는 까닭이, 그 때에 달빛 번지고 이슬 내리는 것이. 참 이상도 하지? '아프도록 뜨겁게' 꽃 피우는 것이, 그 거룩한 일들이 '밤'을 지나며 이루어진다는 것이. '허리 숙여'야만 향기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의 일이 그렇다는 것이. 작은 '들풀'에 대한 노래이지만, 하늘 가득한 그 향기가 사람의 허리를 낮추게 하는 시이다.

 

/오창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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