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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짱! 모여라 글세상]할머니와의 약속

 

할머니와의 약속

 

어릴 적, 지구본을 돌리다 보니

 

우리나라가 하도 쪼끄만 하길래

 

"에게-,

 

여기서 저-까지

 

걸어서도 가겠네." 했더니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도

 

아무리 빠른 비행기라도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도

 

호랑이 허리까지밖엔 못 간다 하시대

 

왜? 왜? 하고

 

철부지 하나 매달리니까

 

우리 할머니 하시는 말씀

 

"무-선 아저씨들이

 

총칼 들고 요놈- 한다." 하시대

 

나는 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 말씀

 

잘 듣는 착한 어린이라

 

나는 괜찮을 줄 알고

 

"나는 괜찮아-.

 

나중에 내가 가서 사진 많이 찍어 올게-." 했지

 

그저 빙긋 웃으며

 

"오냐-, 할머니도 꼭 보여주."

 

하시던

 

우리 할머니 눈에 눈물이 차대.

 

/이일여고 3학년 권우리

 

봄의 향기

 

반짝거리던 모래사장에서 즐겁게 웃으며 놀던 여름이 지나고 , 살짝 불어대던 가을바람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전해주고 , 모두들 순진한 아이들처럼 하얀 눈을 보고 좋아하던 계절이 지나 , 하늘에서 촉촉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창문을 "똑똑" 두드리듯 초록빛깔의 아기새싹들도 땅을 힘차게 두드리며 쑥쑥 자라나는 계절.

 

가끔 귓가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살랑 부는 봄바람에서 묻어나는 향긋한 푸른 잔디 냄새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꼬불꼬불 아지랑이는 겨울 내내 차가웠던 내 몸과 마음을 녹여주고 새학기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나를 더 없이 행복하게 합니다 .

 

얼어있던 계곡에는 버들강아지 피어나고 가재 식구 소풍 나와 맑은 웃음 소리를 합창합니다. 따뜻한 날씨 덕에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나가 봄꽃이랑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사람들 마음에도 설레임 넘치는 계절, 봄! 그래서 좋아할 수밖에 없나 봅니다.

 

어른들은 먼 옛날 아득했던 질경이 풀 뜯기놀이랑 토끼풀로 반지 만들던 추억에 잠겨봅니다. 아이들은 푸른 들판을 뛰놀며 고향의 봄을 간직할 수 있는 맑고 깨끗한 봄.

 

활짝 핀 벚꽃의 향기로움은 때로는 가족들과 함께 , 친구와 함께 , 또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마음 한구석에 있는 추억을 저장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에 향기를 전할 수 있고 , 조용한 숲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한없이 재잘대는 새의 노래 소리에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기분 좋은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봄은 그렇게 매년 한결같음과 반가움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 달의 많은 변화와 기다림 끝에 다시 따스한 봄바람과 초록새싹 , 귀엽게 올라오고 있는 어린 나무의 순 , 그리고 화려한 빛깔의 오색찬란한 꽃들이 피어나 우리를 정겨우면서도 반갑게 맞이합니다.

 

개울가의 조그마한 물고기들은 무언가 신기한 것을 발견 한 듯한 아기처럼 마냥 팔짝팔짝 뛰어올라와 사람들의 맞이하며 재주를 부립니다 . 무언가가 새로 시작된다는 기대감에 항상 웃음이 뒤따르고 봄을 상징하는 푸른 새싹을 보며 나의 꿈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좋은 봄입니다.

 

사랑과 정이 가득 할 것 같은 내년 봄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봄이 있어 제 마음은 언제나 향기롭습니다.

 

/송민(전주기전여자중학교 3학년)

 

<글을 읽고>

 

◇우리의 글 = '할머니와의 약속'은 이 땅에 오래된 약속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걸어서도" 갈 만한 국토를 "허리까지밖엔" 못 가던 시절의 약속은 작품 속 할머니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내가 가서 사진 많이 찍어 올게"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오늘날 읽는 이 약속의 시는 우리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일순 막히게, 희망으로 벅차게 하는 시이다.

 

◇민이의 글 = 묘사가 많은 이 여중생의 글에서는 어느 것도 그냥 있지 않다. 모래 반짝거리는 여름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람이 편지를 전해주는 가을이고, 겨울도 그러하다. [봄의 향기]를 읽으면 이 여중생의 반짝이는 눈을 거쳐 비로소 봄의 향기가 쑥쑥 자라남을 알겠다. 아, 이 땅에 봄의 향기처럼 우리의 어린 누이들이 자라고 있음을 알고 보면 이 세상은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봄이겠다.

 

/오창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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