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구름처럼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별들처럼
나도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
없으면 이상한 듯 고개 저어버리는.
넓은 들판에 가득 핀 꽃들처럼
나도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
없으면 금세 황무지가 되어버리는.
나도 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
밤하늘에 빛나고 있는 별들처럼
들판에 핀 꽃들처럼
나도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
이들처럼 어딘가에 꼭 필요한
그런 자리가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어.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자리가.
/서봄아(상서중 3학년)
들어도 기분 좋은 꾸중
중학교 2학년 이 시기는 사춘기라는 녀석이 우리네 머릿속을 헤짚어 놓는 시기이면서 신경이 곤두서는 시기이다.
그래서 나는 내 방문을 의도하지 않아도 "쾅”하고 닫아버리게 된다. 그 소리와 함께 내 "마음의 문”도 더 굳게 잠겨버린다. 그리곤 꾸중들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몰래 컴퓨터를 켜본다. 순간 이러면 안 될텐데 하고 조금씩 남아있던 내 선량한 마음씨가 안 된다며 내 옷자락을 붙잡는다. 하지만 이미 내 눈과 내 마음은 조금 남아있던 선량한 마음마저 짓밟아버린 후였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뜨끔했다. 일단 나를 믿고 싶으셔서 방문을 열어 지금 내 모습을 보지 않으신 것이다.
"뭐하니 효원아” 순간 마음이 뜨끔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 공부해요” 꾸중이라도 들으면 평소처럼 짜증내버릴까라는 생각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사실... 컴퓨터해요” 그러면서 난 컴퓨터에서 눈길, 마음, 손길 모두 단절시켜 버렸다.
문을 빼꼼히 열어 고개만 내밀었다. 오늘따라 아빠, 엄마가 더 환히 웃고 계신 것만 같았다. 오늘에서야 부모님 눈가의 잔주름이 보였다. 오빠, 언니를 먼 타지에 보내고 막내인 나 혼자만 곁에 두고 적적하셨을 부모님. 공부하지 않아 매일 잔소리하는 마음도 불편했겠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부렸던 투정에 마음이 많이 상하셨을 것이다. 사춘기 이 나쁜 녀석을 다 이해하신 듯 보이는 저 모습, 역시 언니랑 오빠도 이랬나보지? 라는 생각과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방문을 모두 열어 제껴 거실로 나아갔다.
"욘석, 공부하랬더니 컴퓨터하고 있었네, 허허” 아빠의 너털웃음과 조금 따끔한 꿀밤이 꾸중과 함께 나를 찾아 왔지만 내가 들은 꾸중중에 최고로 기분 좋은 꾸중이었다.
/장효원(운봉중 2학년)
글을 읽고
◇봄아의 글 = 하늘의 별과 구름, 땅의 꽃들처럼 자기 자리를 갖고 마음껏 자기를 누리고 부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봄아의 글은 읽는 누구에게나(남녀노소) 깨달음을 얻게 해줄 만큼 깊이가 있다. 그래서 좀더 가깝게 접근해보고 싶어 '내 자리'에 대해 묻자, 엄마가 없기 때문에 자기 자리는 제 자리가 아니어서 란다. 순간 울컥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글이 엄마가 되고 친구가 되어서 봄아의 제자리를 찾아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효원이의 글 = 인생에 누구든 건너야 할 강이 있다면 그것은 사춘기의 강일 것이다. 그 강에는 '이성', '반항', '갈등', '부정', '자존', '독립' 따위가 놓여 있다. 효원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마'하면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마법의 상자 '컴퓨터'에 빠져 든다. 그러던 중 부모남이 돌아와 난처해지는데, 부모님의 너그러운 꾸중에 효원이는 기분 좋은 꾸중으로 느낀다는 사춘기 이야기다. 심리적인 갈등 묘사라든지 적절한 대화가 돋보인다. 여러모로 문학적 재능이 넘쳐 보인다. 하지만 사춘기에 스스로 사춘기를 말하는 부분과 좀 지나치다 싶은 기교는 효원이가 커가면서 거쳐야할 문학적 사춘기가 아닐까.
/이용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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