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잘 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길 떠난 자식을 위해 밥사발 묻어놓고 기다려주는 어머니처럼, 돌아 올 것을 알고 있기에….'
수필가 고희숙씨(56)가 낸 첫 산문집 '장날(범우사)'에는 '어머니와 초등학교 동창들이 있는' 무주의 풍경이 살아 있다. '해어와' '붉은 벽돌집' '올빼미 삼신' '앞집 까치네' '지봉 비우당 옛터' 등 작가가 나지막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 53편에는 정겹고 따스했던 고향 이야기들이 솔솔 풀어져 구수한 향내가 난다.
사람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은 작가의 끊임없는 도반. 손녀의 숙제를 위해 풀씨를 받으러 갔다가 산에서 구를 뻔한 할아버지와 신작로에서 두 다리를 뻗고 떼쓰던 손녀를 달래느라 밭에 가던 걸음을 멈추던 외할머니, 딸이 아플 때마다 밤을 새우고 날이 밝으면 냄비를 들고 맛깔스런 밥집을 찾아 나서던 아버지….
가족에 대한 작가의 마음도 구석구석 스며 있다. 아픈 자신을 배려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고백하고, 시집가는 딸에게 동백꽃으로 만든 분을 선물한다. '보은의 달 전국 편지쓰기 대상'을 수상한 넉넉한 필체로 작가는 시어머니와 북녘 땅에 살아 계실 삼촌에게 편지를 띄운다.
'창작수필'로 등단한 고씨는 창작수필문인회·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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