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사업의 미래구상에 대한 정부측과 환경단체의 타협안은 가능할 것인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강영호)가 12일 새만금 무효소송에 대해 조정권고안을 내기로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작성될 조정권고 문안의 내용과 원고/피고측의 수용가능성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과 환경단체간에는 새만금사업에 대한 시각차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법원의 중재에 의한 해결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법원의 이날 결정이 새만금사업에 대한 판결 일정을 연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의 결정내용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본안소송에서 “내년 1월 중순까지 조정권고문을 작성하겠다”며 “참고로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12월까지 제출해 달라”고 원고와 피고측에 주문했다.
법원은 또 “조정권고문이 작성될때까지 피고와 원고 양측과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를 충분히 갖겠다”며 양측이 자신의 주장을 밝힐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피고측인 농림부 변호인단은 이날 공판에서 “앞으로 검토해야 할 자료들이 많다”며 “별도의 기일을 잡아 한 차례 더 변론을 진행하자”고 제안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조정권고를 밀어부친 것은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을 재판부가 중단시키기 부담스럽다는 현실론과 원고와 피고중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줄 경우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갈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강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조정권고안을 내기 전 소송당사자들이 비공식적으로 모여 법정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서로 상대방의 입장과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조정을 통한 결론이 내려져 항소심, 상고심으로 법적 분쟁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도와 농림부의 반응
당사자격인 전북도와 사업시행청인 농림부는 법원의 이날 결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를 줄일 수 있는 어떤 중재안이나 타협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한계수 정무부지사는 재판이 끝난 뒤 △8천5백만평의 부지조성과 △3천5백만평의 담수호 조성 △33㎞의 방조제 △지난 2002년 5월 결정된 ‘친환경 순차개발’이라는 새만금 사업의 기본틀은 훼손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환경개선을 위한 협의 등은 가능하지만 새만금사업에 대한 기본틀이 훼손되는 어떤 중재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부지사는 이날 증인심문에서도 “전북도는 전국에서 낙후지수가 가장 높은 꼴찌 지역”이라며 “수자원을 확보하고 농업용지와 첨단산업용지, 관광레저단지 등을 조성함으로써 전북의 낙후탈피의 기회이자 미래 희망으로 삼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만경강의 수질이 놀랄 정도로 좋아지고 있어 수질목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도민들은 사업중단을 생각해본 적이 없고, 만일 중단된다면 엄청난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의 새만금 신구상
전북대 오창환 교수는 원고측 증인으로 나와 “새만금은 현재 파헤칠 수도 중단할 수도 없는 시점”이라며 “도민의 지역개발 의지를 수용하면서 환경단체들이 바라는 해수유통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가 주장한 신구상안은 방조제 일부구간을 개방해 교량으로 연결함으로써 해수를 유통시키고 내부 간척지에 1천2백만평의 첨단산업물류단지와 2백만평의 복합관광레저단지를 만들자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오 교수는 이같은 구상안이 사업비용이나 사업기간 등에 비춰볼때 “가장 현실성이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과제와 전망
재판부가 조정권고문을 작성키로 한 것은 피고(정부)측 보다는 환경단체 등이 주장하는 ‘새만금 신구상’에 이끌린 것으로 보인다. 신 구상안이 나올 수 있다면 중재도 가능하다는 기대를 갖게 해줬다는 것.
그러나 전북도와 농림부는 새만금 신구상안에 대해 ‘교묘한 속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만금 해수유통 등 기존의 내용은 그대로 두고 이름만 ‘신 구상’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북도 등은 조정권고에 대해 거의 기대를 걸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전북도는 조정권고문이 완성되는 시점까지는 최선을 다해 재판부의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나중에 조정권고문을 수용하느냐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 전북도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조정권고문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에 처하더라도 재판부와 최대한 공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새만금사업의 당위성에 대한 대외적인 이미지는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이번 조정권고는 원고와 피고 양측의 의견을 타진하기 위한 성격의 것으로 어느 한쪽이 거부하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재판부는 이 경우 곧바로 일정을 잡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서는 새만금사업이 엄청난 회오리에 말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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