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부동산을 사거나 팔 때, 평(坪)이라는 단위를 자주 사용한다. 몇 평이라고 해야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쉽게 감을 잡는다. 그 동안 학교에서 배운 대로 몇 제곱미터라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본다. 교육이 잘못된 것일까.
언젠가 정부에서는 세계화흐름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평(坪)’이라는 단위와 함께, 고기를 저울에 달 때 자주 사용하던 ‘근(斤)’이라는 단위를 쓰지 못하도록 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몇 평이라고 해야 그 넓이를 알아듣고, 또 몇 근이라고 해야 고기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왜 그럴까. 평이라는 단위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뿌리가 깊고 질긴 것일까.
도량형이 세계적으로 통일되지 않았던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평’이나 ‘근’ 뿐만 아니라 길이를 나타낼 때도 ‘자’라고 하는 단위를 사용하였다. 삼국지에서도 관우는 검붉은 얼굴에 청룡언월도를 자유자재로 휘저으면서 전장을 누비는 구척장신(九尺長身)으로 묘사된다. 반대로 작은 사람은 오척단구(五尺短軀)라고 했다.
길이를 나타내는 자(尺)도 시대마다 조금씩 그 길이를 달리했지만, 보통 한 자는 30.303cm다. 그래서 구척장신은 270센티미터 이상의 거구를 말하고, 오척단구는 150cm가 될까 말까 한 작은 사람을 뜻했다. 물론 그렇게 크고 작다는 비유다. 그런데 한 평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람이 죽으면 눕혀서 관(棺)에 넣게 되는데, 예전에는 보통 그 길이가 여섯 자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좌향을 정하다 보면 어느 방향으로 정해질지 모르기 때문에 길이방향 뿐만 아니라, 가로방향도 여섯 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이 반듯하게 누워서 양팔을 벌리면 그 길이는 사방으로 여섯 자씩이 된다. 가로 세로가 각각 여섯 자인 직사각형의 면적을 내면 3.3058㎡가 된다. 이것을 한 평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이 죽으면 잘났건 못났건 간에, 땅 한 평에 묻힌다고 한 것이다. 죽어서 땅 한 평에 묻히는 것, 그것이 우리 인생이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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