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원이 두 명이나 함께 그만두어서 새로 직원을 뽑기로 했는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직원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둔데 대한 나름의 교훈과 반성 때문이다.
노동부 워크넷에 등록을 했더니 며칠 새에 서른 명 넘게 서류가 들어왔다. 여느 때처럼 이번에도 나이와 성별, 학력과 결혼여부를 따지지 않는 것이었지만 한명 외에 전부 대졸이었고 한명 외에 모두 20대였다. 젊은 구직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 직접 확인되니 숙연 해 지리만큼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혹여 실망과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한 사람 한사람을 대하는 게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류 하나하나를 검토하다보니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만 요청 했는데 주민등록등본에서부터 졸업증명서, 자격증 사본까지 낸 사람들이 있었다.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 볼 사람을 정해야 하는데 서류의 양도 양이지만 서류로만 면접대상자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누리터(인터넷)로 접수를 하다 보니 모범답안처럼 천편일률적인 자기소개서가 대부분이었다. 서류만 가지고는 이른바 변별력이 크지 않았다. 여기저기 전자우편으로 이력서를 뿌리다시피 하는 구직자들은 연락을 해 보면 자기가 이력서를 냈는지도 잘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당연히 면접 대상에서 빼 놓게 되었다.
전자우편 주소 없이 직접 제출된 이력서가 세 개였다. 손전화로 문자를 보내서 (주)전주라인이라고 밝히고 전자우편 주소를 요청했다. 거두절미하고 전자우편주소만 달랑 보내 온 사람이 둘이었다. 이력서의 손전화 번호를 대조해 가며 누구의 주소인지를 확인해야 했다. ‘아무개입니다. 전자우편 주소는 ****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내 온 사람은 면접을 보기로 했다.
서른 명이 넘는 모든 응시자에게 전자편지를 보내서 접수가 잘 되었다고 알리고 최종선발과정을 안내하였다. 이런 안내편지는 처음이라며 두 사람이 친절과 정성에 감사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면접에 포함시켰다.
한 시간 간격으로 하루 종일 일곱 사람이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오후 2시 면접자가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필요한 업무분야에 가장 적합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기대를 했던 사람이 안 와서 전화를 해 봤다. 바빠서 못 간다는 답변이었다. 이틀 전에 직접 전화로 약속을 한 것인데 이렇게 되었다. 이 사람과 일을 하게 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사람만 뽑아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럽고 응시자들에게 죄송했다. 모든 응시자들에게 일일이 전자우편을 보냈다. 한 사람 빼고 같은 내용으로 보냈다. 다음 인연을 기약하자며 취업성취를 빌었다.
첫 출근한 신입사원은 정말 인사를 잘했다. 면접 때 불쑥 좌우명이 뭐냐는 질문을 했더니 잠시 머뭇거린 뒤 ‘인사 잘하는 것’이라고 답변을 해서 채용을 굳혔던 사람이었다. 더불어 함께 나누는 미덕과 겸양을 최고의 선발기준으로 삼고 그 다음을 업무능력과 경력, 발표력으로 정한 결과였다.
/전희식(농부·전주라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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