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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전주에 온 중매쟁이

감언이설로 신랑·신부를 부추켜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던 마담뚜가 개과천선 했다며 선물보따리와 함께 자신이 성혼하려는 상대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3천억 정도를 지참금으로 가져올 수 있고, 해마다 85억 정도를 줄 수 있고 여차하면 이사도 오겠다는 설명회 자리엔 정작 결혼하고 싶은 예비 신부들은 보이지 않고 잔치 상과 예단에만 눈이 먼 혼주들이 동원한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한편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건강하게 잘생기고 돈도 많다는 중매쟁이의 말과는 달리 알고 보니 반편이라거나 이중적인 성격이라거나 책임감이 없어서 정략결혼이 끝나면 본색을 드러내 약속은 공수표가 될거라며 항의 하다가 결국 쫒겨나고 말았다.

 

지난 7월9일 핵폐기장 유치 정부 합동 설명회가 전북도청에서 있었다.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물샐틈없는 삼엄한 철통 경비를 벌인 탓에 설명회장은 공론화나 민주적인 토론과 의견 개진과는 거리가 먼 반쪽자리 설명회로 전락해 버렸다.

 

부안배제론 성토와 활동비를 지원해달라는 찬성 측 주민들만의 설명회를 지켜보면서 18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다 새롭게 준비한 이번 맞선의 종착역도 결국은 파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달리 최근 군산, 영덕, 경주, 포항 등에서 핵폐기장 유치 경쟁이 치열한 것은 3천억원의 지역지원금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이다.

 

정부의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고준위와 중저준위 핵폐기장의 분리, 주민투표를 통한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는 등 일면 진일보한 듯 보여진다.

 

그러나 3천억 지역지원금으로 유치 경쟁을 유도하고 정작 중요한 부지선정위원회의 구성은 편파적 이었으며 , 핵폐기물 문제를 불러온 핵발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외면하고 있다.

 

이날 산자부 추진단 조석 단장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3군데 이상 지역이 유치 신청을 해야 주민투표가 가능하다며 지역간 경쟁을 통한 주민수용성을 강조했는데 최근 핵폐기장 유치 찬·반이 치열한 군산, 영덕, 경주, 포항의 구도를 계속해서 유지하면서 가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간 유치경쟁을 통한 부지 선정은 주민수용성만 강조하다보니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지질조사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어 형식적인 지질조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고준위에 비해 위험도가 낮다고는 하지만 조석 단장도 인정한 것처럼 중·저준위 핵폐기장 역시 최소 300년 이상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도록 충분한 기술적 검토와 지질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터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연후에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보상과 주민 설득을 통한 유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주민수용성 만으로 안전성 문제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심각한 지역간 갈등과 행정력 낭비를 가져오면서 이래저래 국론과 민심만 분열될 뿐이다.

 

따라서 정부가 제대로 된 중매를 하려면 핵폐기물 포화설이나 핵발전 확대 계획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 중매장이가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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