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경제부장
토지소유의 편중이 심각하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상위 1%인 48만7174명이 전체 사유지의 5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위 100명의 평균 소유면적은 115만평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254만평)의 절반에 이른다. 이들의 평균 땅값만 1인당 510억원에 달한다. 또 상위 5%인 2백43만5868명이 개인 토지의 82.7%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 전체 국민의 71.3%인 3천4백74만여명은 땅 한평도 없다. 물론 행자부의 이같은 통계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통계치인 만큼 가구별 토지소유현황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989년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상위 5%가 사유지의 65.2%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16년만에 이들의 토지소유율이 17.5%나 늘어났다. 그동안 정부에서 각종 토지소유 억제정책을 펴왔지만 오히려 토지소유의 양극화만 심화된 셈이다.
부(富)의 편중현상이 심화되다보니 국민의 82%가 ‘부’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개발독재시절 정·경유착과 부동산 투기 등으로 치부한 재벌과 졸부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미국의 카네기나 록펠러같은 국민적 존경받는 기업인을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부의 세습과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구조적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상대적 빈곤과 사회적 박탈감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정된 자원인 국토를 극소수가 독점하고 거기서 나오는 불로소득으로 자자손손 대대로 떵떵거리고 산다면 어찌 공평한 사회라 할 수 있을까. 실제 지난 2년간 사유토지의 공시지가 상승분 500조원 가운데 400조원이 고스란히 상위 5%의 몫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참여정부가 토지소유의 양극화와 관련, 강력한 대책마련에 나서겠다하니 땅 한평 없는 서민들로서는 기대감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등 5부요인들과의 만찬에서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하게 잡겠다”고 의지를 천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다음 정권에 경제 전반의 부실이나 빚을 절대로 넘기지 않겠다”며 “임대주택 정책 등을 포함해 부동산 정책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집권의 반환점을 돌면서 나온 얘기라 나소 뒤늦은 감은 있지만 노 대통령 특유의 뚝심과 배짱이라면 공염불로 그치진 않을 것으로 믿는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엊그제 토지소유 편중과 관련,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비싼 집에 살고 싶은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보유세를 내고 살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시세대비 0.15% 수준인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인 1%까지 올리는 대신 양도세는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부동산관련 세금 중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록세 등 거래단계 세금의 비중은 무려 81.7%에 이른다. 이에반해 재산세와 종토세 등 보유세 부담은 18.3%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우리와 다르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은 보유세 비중이 80∼90%대인 반면 거래세 비중과 세율은 낮다. 캐나다로 이민간 한 교포는 나름대로 성공해서 수영장이 딸린 20억원대의 고급주택에 살지만 그 집을 아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한다. 재산을 물려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상속·증여세금이 워낙 많은데다 그 저택을 아들이 물려받는다해도 매년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마다 다르지만 캐나다의 보유세는 평균 1%정도로 아들이 보유세로만 연간 2000만원씩을 내야 한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벤츠나 BMW를 주어도 굴리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야야를 막론하고 정치권도 토지공개념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보유세의 대폭 인상과 개발이익환수제 등이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된다. 이번 만큼은 정치권과 고위관료들이 제살을 깎는 심정으로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늘이 두쪽 나도 경제 민주화는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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