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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중세 권위 성벽과 함께 허물어져

城으로 본 세상 변화

성(城)이라고 하면 우선 우리는 육중한 성벽과 성문을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채, 그 성(城)을 지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다가 적의 포화에 마침내 휴지조각처럼 힘없이 굴러 떨어지는 어느 무명병사도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성(城)이란 일반적으로 전쟁 때 방어기능을 담당하는 건축물이었다. 당태종 이세민의 거센 공격을 물리친 고구려 양만춘의 안시성(安市城)이 그랬고,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피신했다가 결국 용골대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렸다는 삼전도의 치욕이 그랬으며 또 임진왜란 때는 권율장군의 행주산성이 그랬다.

 

중세 유럽의 성(城)들은 아름다운 동경의 대상으로 동화 속에 곧잘 등장하곤 하지만 진시황(秦始皇)이 만든 만리장성을 보면 같은 성이라도 우선 그 대담한 스케일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진나라 북쪽 국경을 따라 그 길이가 무려 2415km나 뻗어있고 평균높이도 9m나 된다고 하니 인간의 욕심이 빚어놓은 최대걸작을 보는 셈이다.

 

비록 이렇게 거대한 건축물은 아니지만 우리주변에서도 성(城)의 흔적은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우선 옛날 전주시가지에는 전주성(全州城)이 둘러쳐져 있었고, 거기에는 풍남문과 같은 사대문(四大門)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유사시에는 일단 피신을 한 뒤, 다시 결사항전을 하기 위해서 주변의 산에는 산성(山城)을 쌓아 놓았다. 남고산성과 위봉산성이 바로 그런 산성들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긴요하던 성(城)도 중앙정부의 힘이 더욱 강력해지고, 무기가 근대화 되면서부터는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 결과 굳게 닫혔던 성문은 성 밖을 향해서 활짝 열리게 되고, 성벽도 점차 허물어지게 된다.

 

이른바 인간본성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중세의 어둠과 권위가 건축에서부터 와르르 무너지는 세상의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그래서 종종 건축은 우리사회의 변화를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일컬어진다. 건축이라는 창(窓)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삼호건축사사무소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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