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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함께하는 명절

해마다 명절이면 텔레비전을 통하여 귀향과 귀경행렬로 몸살을 앓는 고속도로를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부모님도 노년에는 상경하여 계셨고, 많은 형제들도 대부분 서울 근처에서 생활하고 있어 명절이면 귀향행렬 대열에서 몸살을 앓는 일은 없었지만,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사실 수십년 전 어린 시절 맞이하던 명절은 새 옷을 입고, 새 신발을 신으며,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 몇가지 더하는 것 뿐, 모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항상 보던 얼굴들이었다. 한 집 건너, 한 골목 지나 살던 친척들이 평시라고 서로 왕래가 없을 리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명절에나 나타나는 낯선 친척이란 대개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고향을 떠난 경위, 타향살이의 애환 등등...

 

명절음식을 장만하는 많은 손길들은 끊임없는 이야깃거리도 함께 곁들여 음식을 만들곤 했다. 그 사이를 오가며 심부름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도 얻어먹고, 세상살이의 희귀한 이야기들도 귀동냥을 얻어듣곤 하였다.

 

이제 명절도 많이 달라졌다. 가까운 친척들도 명절이나 되어야 얼굴을 마주 하게 되고, 명절이나 되어야 집안에 새로 들어온 가족, 새로 태어난 후손들을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명절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함께 모여 음식을 장만하고, 세상살이의 애환을 나누며, 어린아이들이 그 틈에서 오가는 모습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애써 음식을 만드는 모습도 많이 줄었고, 나누는 이야기들도 세상살이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자녀들은 낯선 어린들, 낯선 환경에 어색하게 끼어 기웃거리느니 방방곡곡에 보급되어 있는 인터넷 덕분에 환경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그들만의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말하자면, 많이 모이기는 하지만, 나누는 것은 적어진 듯하다.

 

금년에는 지난해보다 귀향인구가 줄 것이라는 예측발표가 있었다. 아마 연휴기간이 짧은 탓이리라. 이번 추석은 많은 사람이 고향으로 발걸음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 대신 보다 많은 사람들과 보다 많은 것을 나누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멀리 있는 친척들에게 가족사진과 안부를 적은 카드를 보내거나 자녀들에게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담긴 글이나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가족의 범위를 조금 넓혀서 어려운 이웃사촌들에게 명절음식을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어차피 인터넷에 친근한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친척들의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도록 하여 세대 차이를 줄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어릴적 고향에서의 풍성하고 왁자지껄하던 명절의 모습이 그립지만, 다음세대가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명절을 즐기는 모습에도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지난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여 부모님께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세요. 인사를 드렸다.

 

웃으시면서 욕하지 말라고 말씀을 하신다.

 

부모님이 큰 기둥으로 든든하게 계시기에 가족 친척들이 다들 모여 함박웃음꽃을 피우게 된다.

 

곧 다가오는 추석에 오랜만에 모이는 사람들과 어떤 이야깃거리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까 기다려진다.

 

/오대규(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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