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6 23:56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경제 chevron_right 건설·부동산
일반기사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타지마할에 묻힌 사랑

여인을 향한 사랑의 무게 표현

언뜻 보면 차가울 정도로 백색 대리석을 정교하게 깍아서 만든 타지마할은 사실 무덤이다. 둥그런 봉분이나 석재로 둘러 붙인 통상적인 그런 무덤이 아니라, 왕과 왕비의 절절한 사랑이 묻혀있는 무덤이다. 이집트 피라미드가 영혼불멸을 믿은 쿠푸왕의 무덤이라면, 인도의 타지마할은 사랑불멸을 상징하는 샤자한 왕과 왕비의 합장무덤인 셈이다.

 

인도 무굴왕조의 제5대 왕 샤자한은 15번째의 아이를 낳다가 36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왕비 뭄타즈마할을 추모하기 위하여 1653년 타지마할을 건축하고, 곧이어 천도(遷都)를 계획한다. 그러나 그 계획은 엄청난 재정난에 부딪히게 되고, 평소 왕위계승에 불만을 품고 있던 아우랑제브 왕자에게 쿠데타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왕세자가 무참하게 살해되고 아들에게 왕권마저 빼앗긴 샤자한 왕은 타지마할이 내려다보이는 감옥에 감금되는데, 그곳에서 밤낮으로 타지마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살다가 결국 죽어서야 타지마할 본관 아래층에 묻혀있는 왕비 곁으로 영원히 돌아가게 된다.

 

건축물의 외관을 살펴보더라도 타지마할은 그저 단순한 대리석 건축물이 아니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 각기 다른 색감을 뿜어내기도 하지만, 빛의 움직임에 의해서도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시간에 타지마할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타지마할을 올려다 볼 기회가 있다면, 한 여인을 향한 사랑의 무게가 어떻게 건축물로 표현되었는지 그 장엄한 체험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고 있는 이 타지마할은 당시 유력한 운송수단이었던 코끼리가 무려 1000마리, 연 2만 명 정도가 동원되어 장장 22년이나 걸렸다고 하니 당시로는 실로 어마어마한 대역사였다. 요즈음은 사랑의 선물이라고 해도 고작 반지 하나 끼워주고 노래 한곡 바치는 것이 전부인 세상이 되었지만, 그런데 샤자한 왕은 달랐다. 사랑하는 여인 뭄타즈마할을 위하여 왕으로서의 운명까지 아예 송두리째 바쳤던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무덤 타지마할은 그런 슬픈 사랑을 묻고 있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경제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