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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국회의원 이광철 - 전주역 전북연합시위

들불처럼 타오른 민주화 투쟁

제대하자마자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흥사단 아카데미였다. 내게 사회의식을 눈뜨게 해 줬던 곳 - 그러나, 아카데미는 독재정권과 대학의 학원자유 탄압에 의해 이미 해체된 상태였다.

 

나는 복학하기까지 남은 6개월 대부분을 아카데미 재건에 바쳤고, 드디어 1979년 3월 아카데미는 재건되었다. 이전보다 더 크고, 강하게, 이제는 전북지역 내 7~8개 대학이 참여하는 연합서클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당시 전북대 흥사단 아카데미가 발행했던 <참빛> 과 전북지역 연합회가 발행했던 <두레> 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할 만큼 정성어린 손때가 깃들었던 흥사단 아카데미의 ‘회지(會誌)’였다.

 

그러나, 유신정권의 막바지 폭압이 기승을 부리던 그 해 4월, 지미카터 미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정국에서 ‘회지’ 문제를 빌미로 나와 동지들은 공안당국과 학교 측의 협박과 회유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두 달 후, 또 한번 아카데미는 해체의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흥사단 아카데미는 불굴의 의지로 다시 한번 재건된다. 10.26 이후 화산처럼 폭발하기 시작한 민주화운동의 열기 속에서 전북 학생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던 것이다.

 

10.26 이후 전국적으로 민주화 투쟁이 들불처럼 타올랐다. 군사독재의 서슬 퍼런 폭압 속에서 학원의 자유를 간절히 염원해왔던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학원민주화추진위원회(학민추)를 결성하고, 민주화 투쟁을 전개했다.

 

“학원민주화 없이 사회민주화도 없다”는 문제의식 아래 촉발된 주요 대학의 민주화 투쟁은 학도호국단 해체, 민주총학생회 건설을 넘어 자연스럽게 사회민주화 투쟁으로 나아가게 된다.

 

당시 복적생으로서 학민추 멤버로 활동했던 동지들로는 최인규 목사(전북실업대책본부 대표), 박종훈(전북참여자치연대 대표), 김운주(우리치과 원장), 김남규(전주시 의원), 이송재(서해대 교수), 윤성모 등이 있다.

 

10.26, 12.12를 거쳐 1980년이 되자 크고 작은 시위가 연일 열렸다. 그 많던 시위 중에서도 유독 그 해 5월 15일, 옛 전주역 앞에서 개최됐던 전북지역 연합시위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5.15 시위는 공안당국마저도 넋을 놓을 정도로 대규모 시위였고, 그 전까지 시위를 말렸던 교수들까지 함께 했을 정도로 범시민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3만 명의 학생, 시민이 모였다는 그 시위에서 나는 당시의 혼란스런 정국과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무려 1시간 넘게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10.26 사태가 나고 독재자 박정희가 죽었을 때, 우리는 드디어 민주화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2.12는 우리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애국시민, 학생 여러분!! 모두 일어나 민주화의 꿈을 앗아간 전두환 신군부 일당을 타도합시다. 지금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죽고, 우리의 미래가 죽을 것입니다. 모두 함께 떨쳐 일어납시다!!”

 

이 시위를 주도한 후 나는 “전북의 호메이니”라는 별명을 얻게 됐고, 공안당국의 ‘블랙리스트’ 1호가 됐다.

 

그러나, 그 누가 알았으랴!! 10.26, 12.12, 서울의 봄으로 이어진 70년대 말, 80년대 초의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서서히 5월의 비극이 잉태되고 있었다는 것을!!

 

어쩌면 5.15 연설 당시 나는 불과 3일 후에 있을 한 사람의 죽음과 석 달 후부터 펼쳐질 5.18과의 끈질긴 인연을 이미 예감했었는지도 모른다.

 

연설은 열정적이었고, 이미 봄은 와 있었지만, 내게는 차가운 한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향한 불타는 나의 외침은 어느덧 ‘고난의 5월, 광주 상무대’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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