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 서울본부 부장
코미디언 김형곤씨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많은 국민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 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탓도 있으나 그가 펼친 코미디의 장르가 남달라 더욱 아쉬워 할 것이다.
그는 코미디 분야의 진수로 평가받는 풍자의 1인자였다. 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든 그렇지 않든 그의 머리를 거쳐 세치 혀로 뿜어낸 독설과 해학은 절대권력을 우스개로 만들었다. 국민들이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까닭이다.
“밤 10시가 넘으면 방송사는 코미디나 시트콤 같은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 그 시간 이후 정치인 얼굴이 절대 TV에 나와서는 않된다. 그래야 국민들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있다.” 그가 세상과 작별하기 하루 전 남긴 말이다.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을 함축적으로 웅변한 ‘유언’이다.
국민들을 마음껏 웃게 해 주고 싶었던 그는 이제 세상에 없다.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씨는 “이 땅에 김형곤 같은 코미디언은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의 죽음을 슬퍼하는 한편, 김씨 같은 풍자 코미디계의 걸물이 다시 나오기를 바라는 심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겠다. 산자들의 생각도 구씨와 같겠다.
한편 김씨의 죽음이 있기전 한 정치인이 노래방에서 여기자를 성추행 했다. 언론사 정치부 팀과 술자리를 함께했던 한나라당 전 사무총장 최연희의원이다. 여기자가 문제를 삼자 그의 입에서 기가 막힌 대답이 나왔다.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고. 그 후의 일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주변에서는 “술에 만취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야 했었다”는 때늦은 한탄도 나왔다. 술취하면 무죄’라는 비뚤어진 가치관의 반영이다.
이해 못할 일이 뒤를 이었다. 최의원의 거취에 대한 박근혜대표의 태도다. 사건이 터지자 재빨리 탈당한 최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모르쇠하자 박근혜대표가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손을 턴 것이다.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대목이다.
사실 정치계는 남성성이 지배하는 ‘마초’들의 판이다. ‘요정 정치’,‘성 상납 정치’가 그래서 생겼고 ‘룸 살롱·폭탄주 정치’가 거기서 비롯됐다. 최의원을 옹호하려다 여론의 몰매를 맞은 의원들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래서 마초들의 세계를 혐오할 법한 박대표가 이번 일에 그런 자세를 보인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혹시 박대표가 ‘궁정동 파티에서 아버지를 보낸 일’을 떠올려서 그랬다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김씨나 최의원은 모두 국민들을 상대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김씨는 스스로 컸고 최의원은 지역주민들이 키웠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남이 키워준 사람은 좀 더 겸손하고 스스로 큰 사람은 조금 난 체 하는 게 세상의 이치인데 이번엔 그 반대이다. 국민들이 김씨의 죽음을 슬퍼하는 한편 최의원 사건에 스트레스를 받는 까닭도 그래서다.
세상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이 없겠지만 국민의 대표가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는 커녕, 없어도 될 스트레스를 자꾸 만들면 그건 곤란하지 않은가. 최의원의 거취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제 김씨는 가고 최의원은 남았다. 한사람은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다가 생을 마감했고 다른 사람은 여전히 국민의 혈압을 높이고 있다. 모두 비극적인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김씨의 죽음을 ‘웃기기 힘든 대한민국’을 향한 마지막 풍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코미디언 김형곤씨의 명복을 다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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