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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묘지난 심각 '수목장' 을 권합니다 - 오석주

오석주(전북도 문화유산해설사)

10여 년 전 동남아시아 4개국(태국, 싱가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을 일주일간 여행한 일이 있다. 그때 말레이시아에서 어느 원주민 촌에 들렸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통 민속촌에 해당되는 곳이다. 그런데 필자에게 유난히 인상 깊고 지금도 눈에 선하며 잊지 않고 있는 것은 평장(#平葬)이면서 수목장(樹木葬)인 그곳의 묘역이었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그네들 민가에는 남자 1명이 보통 2~3명의 부인을 두고 한집에서 자연스럽게 살고 있었다. 그리고 한명의 부인에게서 또한 2~3명의 자녀를 낳으니 가구당 8~10명 정도가 상부상조하면서 생활을 꾸려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사망할 경우 묘역을 조성하는 풍습이 재미있으면서도 의미가 있고 우리들이 연구대상으로 삼을 만한 과제가 있었다.

 

완성된 하나의 묘역을 예로 들어본다.

 

집 근처의 야산이나 밭 주위에 커다란 주목이나 노송들이 산재한 바, 큰 나무 밑둥을 중심으로 하여 가장 중심부에 남편을 묻고 그 오른쪽에 첫째부인 왼쪽에 둘째부인 그리고 뒤쪽으로 셋째부인이 묻힌다.

 

시신을 화장하여 그 재를 삼베주머니에 넣어 나무의 뿌리 근처에 묻는다고 현지 가이드는 설명했다. 그리고 남편이 묻힌 곳에는 마치 우리나라의 장승형태의 근엄한 남성상을 새겨 세워놓았고, 부인들이 묻힌 곳에는 역시 귀여운 여성상을 장승형태로 세워 놓았다.

 

우리나라처럼 커다란 봉분을 하지 않아 거추장스럽지 않고 좌청룡 우백호로 일컬어지는 풍수지리와도 거리가 멀고 해마다 벌초하고 사초하는 일도 신경 쓸 일이 없다. 뿐만 아니라 수목들에게 결국 자양성분으로 제공되는 시신의 재로 인하여 나무들이 곧고 바르게 성장하므로써 국토의 녹색환경 조성에 자연스런 공헌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국가 경쟁력이나 GNP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가는 선진국은 아니다. 그러나 후진국이라 하여 전혀 배울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작금에 우리나라는 묘지 난으로 온 산하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고 급격히 늘어나는 노령화에 대비하여 노인문제가 사회적 국가적으로 부상됨과 동시에 그분들 사후의 묘지문제도 함께 걱정하고 고뇌하면서 대비하여야 할 문제인 것이다.

 

명절 때만 되면 대두되는 성묘와 벌초, 사초문제…. 물론 조상의 묘를 성묘하고 생전의 업을 기림은 우리네 관습적 미덕이며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 묘소가 꼭 높은 산이어야 되고 커다란 봉분이어야 하고 집채덩이만한 석물을 세워야 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소위 돈 있고 빽 있는 일부계층들의 호화분묘로 인하여 야기되는 국민적 위화감과 가진 자들에 대한 증오와 불신을 위정자들은 어찌하여 모른 채하고 외면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국가적 난제를 언제까지 방치해 두고자 함인가?

 

여기에서 필자는 수목장을 제안코자 한다. 수목장은 동시에 평장이기도 하다. 즉 시신을 화장한 재를 집 주위나 야산 및 공원의 나무뿌리 밑에 안장케 함을 허용하고 거기에 일정한 크기로 된 돌이나 목 공예품으로 고인들의 업적을 새기며 기리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이는 유럽의 선진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양성화되어 오고 있음이다.

 

수목장이 허용되고 확산되므로써 우리나라의 장묘문화는 일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며 장례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져 커다란 국가적 과제가 해결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온 국민의 긍정적 반응이 있으리라 믿는다.

 

웰빙의 조류를 타고 확산되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들의 관혼상제 문화도 고루한 테두리를 벗어나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석주(전북도 문화유산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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