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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국회의원 이광철 - 민통련 지역운동協 대표

전국 무대로 '홍길동 투쟁'

85년 3월 새로운 민주화운동의 구심체인 민통련이 출범했다. 당시 주요 인사들로는 문익환, 김근태, 이부영, 이해찬, 장영달, 최규성, 임채정, 이창복, 장기표, 이호웅, 이미경, 이재오, 박계동, 방용석 등이 있었다.

 

나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김구 선생님과 문 목사님을 꼽는다. 문 목사님은 어린아이처럼 한없이 맑고 고운, 민족의 얼을 지닌 ‘큰어른’이셨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된 지금 당시의 몇몇 동지들과의 만남은 때로 씁쓸하거나 어색할 때가 있다. 문광위(위원장 이미경)회의장에서 내 앞쪽에 앉아있는 이재오 의원(한나라당 원내대표), 나와 같은 의원회관 8층에 집무실이 있는 박계동 의원(한나라당). 이들과 오가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서로 겸연쩍은 웃음을 띠며 지나치곤 한다. 한때 통일과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동지들과의 어색한 조우란 참으로 말로 하기 힘든 소회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나는 86년 5.3사태로 민통련 지역운동협의회(지운협) 1기 대표였던 이호웅이 구속된 이후 2기 대표를 맡으면서 민통련의 핵심인물로 활동했다. 당시 지운협은 강력한 실천력을 지니고 조직의 의사결정을 좌우한 민통련의 핵심 축으로, ‘개헌현판투쟁’ 등 86~87년의 주요 투쟁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당시 나는 수배 상태였는데, 각 지역의 동지들 역시 대부분 나와 비슷한 처지였다. 나는 지역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수배 후에 오히려 활동영역을 더 확장하여 전국 지역조직을 총괄하면서 주도적인 활동을 했다. 부산, 광주, 대전, 서울 등지를 돌며 투쟁을 기획하고 독려했는데, 이 때문에 당시 내게는 ‘홍길동’이라는 별명이 붙었었다. 7년 가까운 수배생활 동안 유난히 수배를 잘 피해 다니다보니, 방금 서울에서 봤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새 부산에 나타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나와 동지들은 수배 중임에도 이태원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전국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주도했다.

 

당시에는 여관 입구에 항상 수배전단이 붙어 있었고, 투숙객 검문이나 불심검문이 일상적으로 자행됐기 때문에 여러 명의 현상수배범(?)이 모두 함께 모일 수 있는 방법으로 미군 나이트클럽을 선택했던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나이트클럽에서 새벽까지 토론을 하며 투쟁을 준비하곤 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운 다음,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다시 헤어졌다. 언제 다시 볼지, 정말 다시 볼 수나 있을지 모두들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어떤 때는 만날 때마다 한 사람씩 얼굴이 보이지 않기도 했다. 그럴 때면 다음은 누구 차롈까 농담 아닌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또, 당시는 ‘현상수배’가 일반적인 관행이었는데, 수배전단에 붙어 있는 동지들의 현상금을 모두 합하면, 어떤 때는 2~3억씩이나 되기도 했다.

 

86년으로 접어들면서 ‘직선제 개헌투쟁’이 본격화되었다. 우리 전북지역에서도 전북민협을 중심으로 문정현 신부, 신삼석 목사 등의 종교인과 함께 ‘전북민주헌법쟁취위원회’를 결성(86.4)하여 투쟁에 돌입하였다.

 

우리는 야당인 신민당(총재 이민우, 김영삼)과 함께 전국적 규모의 집회를 갖기로 하고, 부산에서 출발해서 광주, 청주, 인천, 전주로 이어지는 대규모 '국민대회'를 조직했다.

 

5.3인천사태 이후 살벌한 공안정국이었지만, 그 해 5월 31일 전주대회는 10만여명의 인파가 참여할 정도로 드높은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수배 중이었던 나는 박계동과 함께 3일 전부터 변두리의 어느 아파트에 미리 숨어들어가 있다가 겹겹이 둘러싼 포위망을 뚫고 집회에 참여한 후 유유히 사라지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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