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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붉은악마'대신 '치우기'로 부르자 - 서승

서승(전주문화원장)

월드컵 축구대회가 다가오니까 유명한 응원단 ‘붉은 악마’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축구동호인들이 국위를 선양하기위해 응원단을 조직하여 ‘대~한민국’을 외치며 온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으고, ‘신바람 문화’를 한껏 자랑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진정 ‘붉은 악마’들은 ‘열두 번째 국가 대표선수’로 인정하고도 남을 만한 자격이 있다. 또 한 ‘붉은 악마’를 통해 수 천 년 동안 잊어버렸던 우리들의 조상 ‘치우(蚩尤) 천제(天帝)’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어서 고맙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의 자랑인 ‘열두 번째 국가 대표 선수’의 이름을 ‘붉은 악마’로 부르는 것은 꺼림칙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기왕이면 ‘붉은 악마’ 보다는 ‘치우기(蚩尤旗)’라고 고쳐 부를 것을 정중하게 제안한다.

 

필승의 서기(瑞氣) 붉은 깃발 ‘치우기’

 

‘붉은 악마’의 단복, 붉은색의 유래를 더듬어보면 ㅎ,ㄴ ㅂ,ㄺ사상으로 이어온 우리는 밝고 환한 색깔을 좋아했던 민족입니다. 환웅(桓雄)의 배달(倍達)도 환하고 밝음에서 나온 이름이요, 백두산(白頭山)도 원래는 밝산(白山), 붉산(紅山), 적봉(赤峯)의 전음이다.

 

또 옛날부터 붉은 깃발을 ‘치우기’라고해서 필승을 다짐하는 상서로운 깃발로 여겼다. 깃발처럼 긴 꼬리를 가진 혜성(彗星)을 ‘치우기성(蚩尤旗星)’이라고도 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보면 초고왕(肖古王) 26년 9월에 치우기성이 각항성(角亢星)의 위치에 나타났다는 기사가 나온다. 중국 역사책 ‘사기(史記) 봉선서(封禪書)’에는 유방이 전쟁에 나갈 때 치우에게 제를 올리고 나가 이겨 한(漢)나라를 세우고 치우사당까지 세웠다고 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도 전장에 나가기 앞서 치우제(蚩尤祭)를 올렸다는 기록을 난중일기에 남겼다.

 

치우는 배달국 14대 환웅(桓雄)

 

중국의 사기(史記) 첫머리에는 치우를 구리 투구와 철가면을 쓰고, 바람과 비를 부리는 무시무시한 존재라고 묘사하면서도 황제가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이겼다고 썼다. 공자가 난신적자(亂臣賊子)라고 규정한 이후 사마천을 비롯한 중국의 많은 사가들이 치우(蚩尤)를 귀신과 도깨비로 묘사했다.

 

그러나 치우는 천병(天兵)을 서쪽으로 일으켜 색도(索度=산동성)로부터 중원을 차지해서 청구(靑丘)에 도읍한 배달국(倍達國) 14대 환웅이다.

 

우리는 삼국유사 이래 환인(桓因)의 아들이 환웅(桓雄)이요 곰의 아들이 단군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가 신화로 치부하고 역사로 취급하지 않는 동안 중국에서는 우리가 내버린 조상 시조를 자기들의 조상으로 모셔가고 있다. 최근 중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한가운데에는 치우천제(蚩尤天帝)가 있다.

 

사기(史記) 이후 2천년 동안 중국은 자기들의 시조를 황제라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동이족 청(淸)나라의 식민지로부터 벗어난 신해혁명 이후 120년 전부터는 황제의 정적이었던 염제(炎帝) 신농(神農)을 자기들의 조상으로 추가해서 염황자손(炎黃子孫)이라고 표방해 오더니, 최근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하면서는 치우까지 자기들의 조상으로 추가했다. 북경(北京) 서쪽 160Km의 탁록 국립공원 귀근원에 있는 황제 사당현판을 삼조당이라고 고쳐 달고, 안에는 황제와 염제, 치우상을 나란히 모셔 놓고 있다.

 

우리 언론은 동북공정으로 고구려 역사를 빼앗아 가려한다고 야단법석을 떨다가 시들하지만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배달국 환웅(桓雄) 치우(蚩尤)를 비롯해서 고조선과 고구려, 대진국(발해)의 역사를 통째로 삼키려는 계획을 은밀히 추진해 왔던 것이다.

 

치우기로 신바람 문화를 꽃 피우자

 

‘붉은 악마(Red Devils)’는 우리 역사 문화의 뿌리를 모르고 부르는 애칭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선의로 붙인 이름일지라도 우리 겨레 조상 영웅 치우 천제를 악마라고 부르게 되는 것은 꺼림직 한 일이다. 우리 역사 문화의 뿌리, 단군과 치우를 잃으면 우리 겨레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붉은 악마’라는 이름 대신 상서(祥瑞)로운 징조, 붉은 깃발, 우리 조상 영웅의 이름을 따서 ‘치우기’로 고쳐 부르면서 모처럼 일기 시작한 ‘신바람 문화’의 꽃을 더욱 활짝 피워보자.

 

/서승(전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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