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21:38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지역 chevron_right 지역일반
일반기사

[시론] 개미사회를 통해 본 우리의 조직문화 - 채수훈

채수훈(익산 어양동 사회복지공무원)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책을 보면 개미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한다. 반면 베짱이는 게으른 한량(閑良)으로 묘사되어 나온다. 이처럼 근면함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개미에 대한 한 연구 결과를 보니까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었다. 개미들은 군락 전체로 볼 때 부지런한 것이지 한 마리 한 마리를 놓고 볼 때는 결코 부지런한 동물이 아니다.

 

대체로 어느 군락이건 일하는 개미들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에 비해 두 배는 족히 되는 개미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한다. 이는 사람의 눈으로 피상적으로 볼 때 단순히 이동하는 개미의 모습들이 일하는 것처럼 비추어졌다는 착시현상에 대한 반증이다. 상대적으로 땀 흘려 일하는 개미들 때문에 다른 것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부여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개미 빙빙 돌 듯 한다”는 속담이 만들어 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산업사회 조직과 가장 유사한 군집생활을 하는 개미 왕국이 이럴진대 우리의 공공조직(행정기관, 학교, 병원 등)들은 과연 어떨까? 그 조직의 의식행태는 농업시대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머물러 있다. 그 체계는 공업시대의 획일 및 통제적인 피라미드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쉽게 말해 낡은 의식과 조직을 가지고 정보화 물결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당연히 ‘고비용 저효율’은 뻔하다. 한 조직속에는 2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층을 형성하고 있다. 자신 세대들만의 경험과 가치관을 최고로 우선시하고 그 속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지? 다양성의 조화가 없고 조직문화의 부재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모이면 함성만 요란하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수직조직은 계선형태로 촘촘히 짜여 있다. 의사결정 권한과 정보는 소수만이 독점을 하고 있다. 상명하복(上命下服) 체계이다. 조직의 생리상 일하는 자와 이에 얹혀사는 자가 있기 마련인 근대 관료제의 특성이 개미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게 느껴진다. 이 속에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일하는 척하는 개미가 버젓이 몸담고 있는 한 ‘행정혁신’ ‘주민만족 행정’ 등은 헛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 의식구조를 정보 사회에 걸맞게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조직개편과 대수술이 시대적 사명이 되었다. 행정경영 분문에서도 CEO 영입, 기업마케팅 및 벤치마킹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여왕개미를 정점으로 한 일개미 체제의 집단적, 획일적 조직문화에서 벗어나서 다양화시켜 나가자. 조직의 내외적인 진단을 통하여 서로 간에 머리를 맞대고 진정한 변화방향을 모색해 보자.

 

공조직과 그 조직원들도 스스로 변해야 산다. 변하지 않는 것은 다윈의 진화론 학설처럼 자연도태가 될 것이다. 변화나 진보가 없이 늘 제자리에 머무르면 멸종뿐이다. 직원들이 노동한 대가를 공평하게 보상받고, 조직 내에서 놀고먹는 사각지대를 해소할 때 비로소 ‘행정서비스’는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그 생명력은 넘쳐날 것이다. 제발 말과 실천이 엇나가는 행정보다 소리가 낮고 소박하더라도 주민과 조직원들을 납득시킬 수 있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공공 행정기관의 정책, 조직문화 및 혁신적인 리더십이 펼쳐졌으면 한다. 이에 관리자의 솔선수범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 조직원들 스스로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자기의 허물을 깨는 자정작업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지역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