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진실된 마음으로
어느덧 마지막 회다. 글을 맺기 전에 마지막으로, 차마 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둔 말을 하고 싶다. 재작년에 고인이 되신 내 아버지 얘기다.
아버지는 5년간 앓으신 뇌졸중을 이기지 못한 채, 20일 동안 곡기를 끊으신 후 심신이 모두 구김 없이 깨끗한 상태에서 눈을 감으셨다.
"너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눈 가에 이슬이 맺힌 채 손을 꼭 잡아주던, 마지막 가시던 모습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집안 살림이나 자식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교회와 성도들 걱정만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는 직업이 그랬듯이 천성이 '목사'이셨다.
군사정권 시절, 학살과 독재에 눈감고 무력하게 침묵하는 교회와 하나님에 대해, 아버지와 목회자들에 대해 '독설'을 퍼붓고, 밥상을 박차고 뛰쳐나갔던 내 행동까지 묵묵히 참고 견디며 수용할 줄 알았던 아버지께 이제는 용서를 빌고 싶다.
게다가 왜 하필이면 12월9일에 눈을 감으셨을까. 12월9일은 국회법에 의한 정기국회의 마지막 날이다. 그 날은 중요한 현안처리 때문에 여야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때로 몸싸움까지 할 정도로 첨예하게 부딪히는 날이다.
때문에 나는 아버지 기일 때마다 제대로 추도식조차 올리지 못하고 국회를 '지켜야' 할지도 모른다. 재작년에도 겨우겨우 임종을 지킬 수는 있었지만, 무주 기업도시특별법 등 시급한 현안 처리와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로 시국이 몹시 어수선했기 때문에 빈소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급히 상경했었다.
이제는 아버지께 소리 내서 통곡하며 용서를 빌고 싶다. 폭력과 억압에 침묵하는 하나님에 대한 온갖 비난과 독설을 대신 묵묵히 견뎌내셨던 아버지께 엎드려 빌고 싶다.
"아버지! 못난 아들이 이제야 용서를 빕니다. 부디 편히 잠드세요."
2002년 지방선거부터 정치를 시작한 나는 사회적 인생의 세 번째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1974년부터 80년대 말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북연합 활동까지 반독재민주화투쟁에 매진한 것이 첫 번째 시기라면,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90년대부터 2002지방선거까지가 두 번째 시기일 것이다.
나는 내 사회적 인생의 제3기에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이 세 가지 있다.
하나는 소외된 계층과 약자를 돕겠다는 생각이다. 정치를 하기 전 요가를 통해 세상을 건강하게 하고, 시민운동을 통해 소외된 계층과 약자를 돌보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은 나로서는 일관된 삶을 실천하는 길이리라.
두 번째는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를 하고 싶다. 나는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원칙과 일관성과 소신을 지키며 활동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길 소망한다.
작년 6월에 나는 20일간 단식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진실하였는지, 거짓되지는 않았는지, 나태하지는 않았는지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원칙을 지키며 대의를 위해 그 어떤 어려움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주십사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세 번째는 정치를 하면서 낙후한 전북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나는 문화와 관광, 그리고 생물생명산업에 전북의 미래가 있다고 믿고 있다. 전주권의 풍부한 전통생활문화, 개발이 덜 된 덕분(?)에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서부해안과 동부산악권, 무주 태권도공원과 기업도시 등이 그렇게 믿는 근거이다.
나는 이 믿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 전북에 "U자형 문화관광벨트" 가 조성돼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고, 거기에 나의 활동이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지니고 있다.
이 세 가지 모두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대로 한다면, 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오래도록 그렇게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나의 이력서'를 맺는다. 그 동안 애독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다음은 최근 전주 안디옥교회 목사직을 은퇴한 이동휘씨 편입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