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느 대학 정치학 교수가 20년 동안 신입생에게 정치학개론을 강의하면서 매년 첫 수업시간에 "정치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뭐냐?"고 물었더니 대다수 학생들이 '거짓말쟁이, 뻔뻔스런 사람들, 뒷거래'와 같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정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정치인에 대한 시각이 이렇게 고약할진대 하물며 민주주의 실험이 한창인 우리나라에서야 따로 물어서 무엇 하겠는가.
사실 정치하는 사람은 타고 난 기질이 보통사람과 달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치인은 오직 권력 쟁취가 최우선 가치이기 때문에 냉혹한 승부사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보통사람보다 집념과 투쟁정신이 강해야 함은 물론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두둑한 배짱도 있어야 한다.
또 건강하고 부지런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체면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두꺼운 얼굴도 갖고 있어야 하며 오로지 내가 최고라는 유아독존의 사고방식도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는 정치판에 어떻게 감히 끼어들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수많은 직업군 중에 정치처럼 위험한 분야도 흔치 않다. 낙선이라도 하는 날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무리 엄격한 선거법으로 돈을 못쓰게 감시를 한다 한더라도 선거가 끝나고 나면 빚더미에 올라 앉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 뿐인가. 후보 자신의 심적 허탈감은 오죽하겠으며 가족을 포함한 주변과의 인간관계는 또 얼마나 망가지겠는가. 그러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했다는 인물들은 정치라는 종착역에 인생의 짐을 풀고자 한다.
거듭 반복하거니와 정치가 그렇게 만만한 과목이 아니다. 쉽게 보고 덤볐다가는 제 인생 종치는 수가 있고 설사 당선이 됐다 해도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더구나 정치인이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뛸 일이다.
한 정치연구소가 퇴직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생활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64.4%가 평균 101만원의 소득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선의원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영록씨는 1.5평짜리 콘테이너에서 영세민보다 힘든 생활을 하고 있기도 했다. 참으로 정치(권력) 무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부나방처럼 권력을 찾아 정치판을 떠도는 정치지망생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조사 결과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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