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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공천혁명의 위기 - 김재홍

김재홍(국회의원·열린우리당)

지방선거 공천비리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정치가 그만큼 더 불신받게 된 것이 가슴 아프다. 그 동안의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이 일거에 물거품이 돼 버린 것 같다. 지난 2004년 4월 총선 때 유행어와도 같았던 공천혁명은 도로아미타불이란 말인가.

 

그런 공천혁명을 통한 17대국회의 물갈이는 실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초선의원이 전체 의석의 61.5%를 차지하는 물갈이였다. 우리 정치사상 초유의 선거혁명이라 할만 했다. 선거혁명의 시작인 공천혁명은 국민참여 경선으로 가능했다. 구시대에 당 총재나 계파 보스간 밀실협상에서 이루어지던 공천을 민주적 경선방식으로 전환하고 여기에 일반유권자의 표심까지 반영해서 공천을 결정했다. 정당구조로 보면 중앙당이 행사하던 것을 각지역별 당원들에게 돌려 준것이다.

 

정당개혁의 제1기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 개혁의 약효는 크게 떨어졌다. 지방의 당원들에 의한 공천권도 중앙당에서 행사할 때 못지않은 문제를 낳고 있다. 각 지역구 의원들이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중앙당이 결정할 때 못지않은 광범한 공천비리가 파생된 것이다. 100% 당원 투표만으로 공천을 결정해 국민참여 경선을 사장시켜 버린 예도 있었다.

 

공천권을 유형별로 나누면 중앙당 결정방식과 지구당 결정방식, 그리고 두 개의 장점을 가미한 혼합형이 있다. 중앙당 결정방식은 과거 한국 정당들의 공천제가 대부분 이에 속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유럽 정당의 경우와 큰 차이가 있었다.

 

예컨대 영국에서 진보개혁을 지향하는 노동당이 중앙당 결정방식을 취한다. 1단계로 노동조합이나 사회주의 단체 등 노동당에 소속된 단체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2단계는 해당 선거구에서 연설회 등 몇 단계의 전형절차를 거치면서 후보자를 압축한다. 3단계로 중당당 집행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선정한다. 프랑스 공화국연합도 이와 유사한 중앙당 결정방식이다.

 

이에 비해 지구당 경선식 공천제는 프랑스 사회당, 독일의 정당들, 일본 사회당 등이 취하고 있다. 미국의 정당들도 여기에 속한다.

 

프랑스 사회당은 개개의 선거구 당원대회에서 후보자를 경선한다. 일단 후보자를 선출한 뒤 현(縣)연합에 올려 승인을 받고 다시 중앙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전형적인 상향식 공천제다.

 

현실적으로 최선의 공천제는 지구당 결정권에 중앙당의 심의권이 가미된 혼합형이다. 대표적으로 영국 보수당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영국 보수당의 공천절차는 1단계로 공천지망자를 중앙당이 면접, 전형하여 후보 리스트를 작성한다. 2단계로 의원과 중앙당 당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심사해서 공천자 예비후보로 적격 판정이 나면 중앙당 승인 리스트(approved list)가 작성된다. 3단계로 현역 의원이 은퇴하는 등 의원이 결원된 지구당은 중앙당에 연락해 승인 리스트에서 적합한 인물을 물색해서 3,4명의 후보를 내정하고 또 지구당에 직접 신청한 공천지망자와 함께 경선에 부친다. 4단계로 지구당에서 경선으로 결정된 후보에 대해 중앙당이 심의하는 절차에서 대부분 추인한다. 그러나 특별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되면 중앙당 의결기구를 거쳐 지구당에 재심을 요구한다. 지구당이 같은 인물을 재결정하면 중앙당이 더 이상 이의를 달지 못한다.

 

어떤 권한이든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관여하게 해야 전횡과 비리를 저지르기 어려워진다. 대부분 선진정치가 갖는 공천과정을 살펴보면 그렇게 돼 있다. 공천권을 중앙당이 행사하는 것은 안되지만 전적으로 지역당과 당원들에게만 맡기는 것도 곤란하다. 정치개혁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국민참여 경선을 반드시 가미해야 한다.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가 정당의 경선에 잘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대개 여론조사로 반영하는 방법을 택한다. 어떤 방식이든 국민참여 경선이라는 시대사조를 지켜나가야 한다.

 

/김재홍(국회의원·열린우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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