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택열(완주 송광초등학교 교장)
교대를 나와 선생님이 되었을 때 선생님들은 누구나 참교육 참스승이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하고 교단에 선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현실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교육의 본질과 시험 지향적 교육문화 때문에 교육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서서히 잃어 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관행적 수업에 젖게 된다는 고백은 허구가 아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위상은 추락한 일도 있다.
거시적 입장에서 보면 치열한 국제경쟁 사회에서 교육경쟁력 강화는 국가적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교실수업의 혁신은 부단히 이루어져 왔다. 왜정시대의 주입식 교육에서 해방 후 학생 중심 교육, 학문 중심 교육, 새 수업 체제, 5.31교육개혁, 열린수업으로 발전하면서 부분적으로는 눈부신 공헌을 하여 왔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고까지 불리 울 만큼 선생님들이 주체적 혁신 마인드를 갖고 분연히 일어섰던 열린수업이 실패로 끝난 가장 큰 원인은 교과교육의 본질을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선생님들을 진정 사랑한다면 사기를 진작시키고 즐겁고 편하게 해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과 같은 국민적 의식 전환을 통해 선생님들이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 교육의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일 것이다.
첫째 입시 문화 등 사회적 관행이 잘못되었다면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야지 잘못된 관행에 맞춰 잘못된 수업을 전개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그것이 혁신 아니냐고 항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선생님 수준이 낮기 때문에 본질수업이 어렵다면 현직연수를 통해 수준을 향상시켜야지 낮은 수준에 맞춰 낮은 수업장학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전문적 연수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선생님들은 선택된 우수 두뇌 집단이기 때문에 전문적 리더십만 발휘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셋째 교과서대로 가르치기도 힘든 여건이기 때문에 본질수업이 어렵다면 여건을 개선해야지 여건에 맞춰 비정상적 수업을 전개해야 하느냐며 학습량과 시간 등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이것은 현행 교육과정에서도 조정이 가능하며 교과서 내용을 모두 가르치라는 것이 아니다.
넷째 정보·이해 중심 설명 학습은 가르치기 쉽고 학생들이 배우기 쉬우나 본질수업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돌아서 정도로 가야지 개구멍으로 가야하느냐고 항변하고 정도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행정은 비젼을 만들고 비젼은 현실을 선도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다섯째 정보·이해 중심 평가 때문에 본질수업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면 평가체제를 바꾸어서 본질수업이 전개될 수 있도록 해야지 잘못된 평가에 맞춰 잘못된 수업을 전개해야 하느냐며 사고력, 창의력을 요하는 평가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교육의 본질과 ‘만남’을 강조하여 ICT의 발달, 학원교육, 해외연수, 방과 후 학교, 교원평가, 민주화 등에 따른 교실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전문적 역량을 신장시켜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변화와 혁신으로 선생님들이 학습을 수학능력과 학생의 삶에 연계시키는 본질수업을 전개하여 교육의 보람을 찾고 먼 훗날 사랑하는 제자들과 조우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진정으로 선생님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스승의 날에 생각해 본다. 그래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교실수업 혁신 프로젝트는 매력이 있었다.
/유택열(완주 송광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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