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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준 칼럼] 이미지의 시대에 2% 부족한 것

최효준(전북도립미술관장)

우리는 이른바 ‘비주얼’이 강하고 ‘스펙터클’이 넘치는 시각문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지가 실재(實在)보다 강하고, 모든 분야에서 이미지에 의한 감성적 판단이 이성적 인식과 통찰에 의한 판단을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다. 필자는 시각문화 분야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시류에 편승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이 시류의 심각성에 대해 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도립미술관에서는 세계의 분쟁지역, 재난지역 등을 다니며 촬영한 3인의 다큐멘터리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그간 다녀간 6천여분의 관람객 중 많은 어린이, 청소년, 부모님들이 감상문을 남겼다. “지구촌의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는 놀라움과 “우리 자신의 처지에 자족해야겠다”는 마음과 “앞으로는 어려운 이웃들을 돕겠다”는 결심 등을 적어주었다.

 

사실 이 전시도 이미지의 힘을 빌린 것이다. 이미지를 통해 감성에 호소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전시를 통해 현실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새롭게 한 듯했고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도 많은 성금을 답지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참상을 낳는 자연재해, 전쟁, 국지분쟁, 빈곤, 기근, 질병, 착취와 같은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고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만연하게 되는지에 대한 인식과 통찰과 반성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선각자의 도움이 필요한 쉽지 않은 내적 심화 과정이다.

 

도립미술관에 173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전설적 존재 ‘세바스티앙 살가도’는 경제학 박사이다. 학술논문보다 강한 힘을 사진이라는 비주얼 이미지에서 발견하여 사진작가로 변신한 그이지만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단지 동정심만 갖는다면 나는 실패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는 예술적으로 승화된 다큐멘터리 이미지를 통해 관람자에게 촉발되는 감성적 인식이 일련의 이성적 사고와 삶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윈티에쥔(溫鐵軍)’이라는 중국의 농업경제학자/사회운동가가 있다. 그는 이른바 ‘현대화’의 개념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한다. 그것이 무척 어려운 일임을 적시하면서도 현실 관찰을 통해 얻은 감성적 인식을 고도의 이성적 단계로 끌어올려 대책형 사고, 철학적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상의 표층만을 보는 감성적 인식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많은 조사와 연구에 근거해 고통스럽더라도 더 많은 반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국 수준의 경제발전 목표지수를 오래 전에 이미 초과 달성한 멕시코, 브라질, 인도 등지를 철저히 답사하며 그 악화되는 사회현실에 주목하여 중국의 발전 노선의 근본적 반성과 재고를 촉구하며 이른바 ‘해체 현대화(deconstruction)’를 주장한다. 중앙 정부도 “사람으로 근본을 삼는다”는 ‘이인위본(以人爲本)’을 지도사상으로 삼아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중대하고 전면적인 정책 변화를 천명하였다.

 

인구규모, 군사력, 경제력에서 이미 초강국의 문턱에 진입하였으며 정치적 목적으로 근린 국가의 역사왜곡까지 서슴지 않는 중국이 이렇게 철저한 자기반성에 정책변경까지 감행하는 모습에 우리는 전율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지 선거’, ‘느낌 선거’의 태풍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간 오늘, 우리는 무엇을 반성해야 할 것인가?

 

/최효준(전북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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