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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전주안디옥교회 원로목사 이동휘 - 선교 바자회

'하늘나라 장날'

올해 37회를 맞은 전주 안디옥교회 바자회. (desk@jjan.kr)

1987년부터 전주안디옥교회에서는 바자회를 실시해 왔는데, 금년까지 37회 개최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정성어린 마음으로 집안용품들을 내놓으면, 그것을 싼 값에 팔아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을 베푸는 아름다운 행사다. 이런 행사는 세계 도처에서 실시한다.

 

처음 시작할 때 기억이 선하다. 헌옷을 팔아 선교사역에 유익하게 사용하자고 제안했을 때 ‘한국같이 유행에 민감한 여성들이 헌옷을 사서 입겠는가’라는 회의적 생각이 컸던지 그리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선교적 협력 차원에서 믿음으로 시작했을 때, 처음부터 대단한 결실을 거두었다. 예상외로 좋은 옷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첫날은 헌옷 코너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자신의 옷뿐 아니라 어린 자녀들의 옷도 한 보따리씩 사가는 것을 볼 때 흐뭇한 생각이 넘쳤다. 첫날 산더미처럼 쌓인 의류들이 끝나는 날까지 그 부피가 줄어들지 않았다. 바자회에 신이 난 사람들이 행사 도중에도 계속 옷을 가지고 오기 때문이었다. 집안에 입지 않고 쌓아둔 옷들을 바자회를 통해 처치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바자회를 치르면서 ‘한국이 얼마나 부자 나라인가’ 생각하곤 했다. ‘바자회가 아니라면 헌옷 처리를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규모로 시작한 것이 이제 해가 거듭할수록 확장되어 각종 물품들을 다양하게 취급하는 바자회로 성장하게 되었다.

 

바자회 음식코너의 경우 특이하게 맛이 있다고 한다. 양심적으로 만들기 때문이요, 좋은 재료를 쓰기 때문일 것이다. 값싸고 질 좋은 음식이라면 인기가 있기 마련이다. ‘안디옥찐빵’이라고 불리는 이 가게는 항상 줄을 서야 한다. 통닭 역시 시중의 다른 어떤 가게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입맛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신선한 기름을 사용함이 비결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성과 양심’이라는 재료를 생각하게 된다.

 

한편 교인들이 자기 선교회별로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선교에 동참하는 뿌듯한 마음이 생길 뿐 아니라 큰 화합과 단결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교회적으로도 이 3일간은 축제의 한마당이 된다. 불신자들도 아주 많이 방문하여 아주 좋은 교제가 이루어진다. 3일간의 봉사는 몸살을 앓게 되는 피곤한 중노동이지만 여기서 얻어지는 열매는 참으로 달콤한 열매라고 생각한다. 남은 옷은 외국의 가난한 나라에 보내기도 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기도 하는 등 부스러기 활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열악한 처지에 있는 무리들에게 힘이 되어준다. 여기서 나온 이익금은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선교사들이 그 나라에서 꼭 필요한 사역을 위해 아주 긴요하게 사용된다. 그들의 무거운 재정적 짐을 덜어주는 데 바자회가 큰 몫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바자회를 ‘하늘나라 장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작은 것들이 모여 큰 일을 해내는 이와 같은 행사가 또 있다. ‘좀들이 선교 저금통’이라고 하는 것이다. 좀들이 쌀을 모아 이 정성으로 선한 일에 가담했던 선조의 지혜를 이용한 것이다. 남녀노소 모든 교인이 주먹만한 저금통 속에 잔돈을 모아오면, 이를 수금하여 가장 어렵고 긴요한 곳에 보내어 선한 일에 동참하는 일이다. 별가치가 없이 아무렇게 취급 당하는 형편없이 작은 동전도 선한 목적을 위해 정성으로 뭉쳐질 때 보람된 일을 일구어낸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형편없는 인간을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셔서 값지게 사용해주시는 신앙의 비결과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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