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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철모르는 ‘새마을 깃발’ - 은종삼

은종삼(전 진안 마령고등학교장)

엊그제 도리앵화(桃李櫻花) 그 화사하던 꽃들은 어느덧 사라져버렸고 대신 열매가 익어가고 녹음 짙은 철이 왔다. 자연은 어김없이 제 철을 알고 지킨다. 지식의 첫걸음은 자연처럼 철을 아는 것이다.

 

운전 중 전라북도교육청 앞에서 빨간 신호등에 멈추었다. 도교육청 청사 꼭대기에 국기와 함께 나란히 ‘새마을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나는 쓴웃음이 나왔다. ‘후진 농도 전북’을 상징하는 깃발처럼 보였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새마을기’가 펄럭이다니... 참으로 철모르는 깃발이다.

 

나는1970년대 새마을교육 담당교사로서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 교육에 전념했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마을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새마을 노래는 새벽이면 온 누리에 울려 퍼졌다. 이 당시는 새마을 운동이 시대적 소명이었고 교육의 근간이었다. 마을길을 넓히고 초가지붕을 슬레이트로 바꾸는 주택개량 사업이 전개되었고, 어린 초등학생들도 애향단을 조직 마을 청소, 꽃길 만들기 일손돕기 등 참으로 눈물겹도록 봉사를 했었다. 지금 학생들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동을 했었다. 방학과제로 풀을 베어 퇴비 해오기, 잔디 떠오기 등이 있었고 몽당연필 아껴 쓰기 고철, 종이, 빈병 등 폐품수집 심지어 쥐잡기 운동, 개인별 저축지도 혼?분식 도시락 지도 등 지금학생들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도 알 수 없는 지도를 했었다. 말하자면 당시는 근검절약, 소득증대 가 중요한 시대적 과제였고 그에 부응하여 그 시대에 알맞은 교육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새마을 교육을 하는 학교도 없고 새마을 운동이 무엇인지 아는 학생도 없다. 오로지 새마을 운동을 아는 사람은 그들의 부모나 할아버지 세대일 것이다. 절약보다는 소비가 미덕인 사회,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고 ‘마을길’이 아닌 ‘고속전철시대’ ‘새마을’이 아닌 ‘혁신도시’건설 시대아닌가. 그런데 제 철이 훨씬 지난 지금도 케케묵은 새마을기가 펄럭이다니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복지부동의 구태의연한 자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입으로는 혁신 혁신하면서도 의식구조는 바뀌지 않은 것이다. 이 점은 ‘전라북도청’이나 ‘전주시청’도 마찬가지다. 교육자가, 공무원이 깨어있어야 한다.

 

나는 새마을운동은 우리나라 잘 살기운동으로써 큰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 세계경제 10대교역 국가의 발판이 되었던 시대적 요청이었음을 부인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 5공화국 시절 민간 주도화로 되면서 온갖 부정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던 한 시대의 운동이었다. 지금은 새마을기가 펄럭일 때가 아니다. 이제 새로운 더욱 미래지향적인 깃발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서울 세종로에서 즐비한 건물에 새마을 깃발은 찾아 볼 수 없다. 행정자치부 청사는 태극기와 대한민국정부기, 서울시청은 태극기와 서울시기가 펄럭일 뿐이다. 전라북도는 지금도 새마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이래가지고서야 무슨 미래 서해안시대를 논할 수 있는가. 국기와 새마을기가 나란히 휘날리는 것은 국기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 이제 ‘새마을깃발’은 자기 역할 을 다 했다. 고이 접어서 역사박물관에 편히 모셔두어야 한다. 창조적 미래지향을 위하여!

 

/은종삼(전 진안 마령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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