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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무지개를 사세요 ~ - 노현정

노현정(전북여성연합 사무처장)

강아지에 물려죽은 어린 꼬마 네로,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방문 잠근 채 일 나간사이 화재로 죽은 아가의 엄마 힘쎈 댁, 평생 자신이 좋아하던 가야금을 한 번도 쳐보지 못한 야금할미, 그리고 보아 같은 가수가 꿈이었던 성냥팔이 소녀가장, 이 네명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죽음을 당하고 선택하지만, 다시 태어나 죽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돌봄 노동을 나누고,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심으로 여성차별과 빈곤이 근절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승의 차별과 빈곤에 허덕이다 못해 죽음으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무지개를 사세요는 지난주 여성주간을 기념하여 9회째를 맞이한 전북여성한마당에 올려진 연극의 주인공들이다. 여성주간은 1995년 국가가 여성권익과 양성 평등한 세상을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대한 기본사항을 규정하고 위 협약의 이행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하고 기념하기 위해 7월 1일부터 7월 7일까지를 지정한 날이다.

 

이 주간에 각 지자체들은 매년 기념행사를 하고, 지역 여성단체들은 여성 관련된 주요한 이슈와 내용을 대중에게 알려내고, 함께할 수 있는 자리들을 만들어 왔다. 벌써 11주년, 아홉번째 전북여성한마당을 맞이하는 내게 이 한편의 연극은 저릿하도록 가슴을 아프게 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났으면 뭔가 달라져 있지 않을까? 여성의 사회진출도 늘어나고, 불평등한 법과 제도도 변해 가는데 이제 좀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했던 그 질문들은 무대 뒤편 쪼그리고 앉은 내게 눈물로 답변한다.

 

요즘에도 여성들은 깜깜한 밤거리를 되찾기 위해 몸과 마음의 권리를 요구하는 달빛시위를 해야 하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은 더 징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달라져만 가고, 고위직 인사의 성추행은 은근슬쩍 관행처럼 잊혀지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해고는 옥수수 펑 튀듯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렇듯 여성에게 체감되는 지금의 현실은 결코 무지개가 뜨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삶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이 뛰어난 여성이 있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 본다.

 

그리고 뿌리 깊은 성차별 문화와 관행을 변화시켜 내도록 지역여성과 시민들을 만나가는 풀뿌리 활동들을 밀접하게 해 나가며, 여성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의제화하고 각자의 처한 삶의 조건을 바꿔내는 일을 고민하고 개발해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때 있듯 싶다.

 

갑자기 내 가슴 속 무대 위, 야금할미는 멋지게 가야금을 켜고 있고, 힘쎈 댁은 예쁜 아가와 함께 장을 보러 나온다. 성냥팔이 소녀는 보아처럼 댄스가수가 되어있고, 꼬마네로는 강아지와 신나게 놀고 있다. 이미 맘속에 그녀들이 말한 무지개를 눈물로 사버린 난, 그 네 명이 환하게 웃을 그 날을 향해 무지개를 띄우고 또 띄울 것이다.

 

 

△74년 생, 전북대,성공회대 NGO대학원 졸, 전북여성단체연합 간사활동을 시작으로 홍보부장, 사무국장을 거쳐 현)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노현정(전북여성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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