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춘(완주동양초등학교 교장)
얼마 전 초등학교 선생님이 어린 제자를 체벌하여 모든 학부모들로부터 비난과 저주를 받았었다. 우리 교원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필자 역시 제2세 국민교육을 책임 맡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학부모님께 백배 사죄 드린다.
체벌을 가한 여교사는 나름대로 교육에 대한 열정과 교직수행에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저지른 행태라고 여겨진다.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욕심이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옛말이 실감난다.
여기 사랑하는 제자와 함께 아픔을 함께 나누었던 담임선생님과 급우들의 눈물어린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잘못을 통감하고 다시는 이러한 사례가 일어나지 않기를 다짐하는 약속을 드리고자 한다.
몇년전 어느 시골 학교에 5학년에 다니는 영수라는 학생이 있었다. 그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좋아해서 급우들로부터 인기가 대단했다. 그러던 영수가 어느 날 갑자기 아주 몹쓸 병에 걸려 버렸다.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1년간 병원에서 병고에 시달려야 했다. 아주 독한 항암제를 투약하여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 대머리가 되었다. 하느님이 도우셨는지 영수는 가까스로 완쾌되어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학교 공부에도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영수는 한 가지 걱정이 앞섰다. 학교에 가게 되면 대머리 여서 친구들에게 놀림받을까봐 겁이 났다. 또한 담임선생님 보기에도 무척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마침내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때마침 담임선생님은 영수 집에 가정 방문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 나오라는 선생님의 권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극구 버티는 것이었다.
이튿날 담임선생님과 급우들은 어떻게 하면 영수가 학교에 나와 예전처럼 함께 공부할 수 있을까? 묘안을 짜내기에 안간힘을 썼다. 다시 한번 가정방문하여 선생님과 급우들의 간절한 호소와 설득으로 학교에 나오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었다. 드디어 1년 반 만에 영수가 학교에 나오게 된 것이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담임선생님과 급우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환영하였다. 그런데 어인 일인가, 담임선생님과 급우들의 머리를 보는 순간, 아뿔싸! 모두 대머리 까까중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영수는 자기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선생님과 급우들이 끈끈한정을 모아 머리를 깍았으리라 생각되었다. 아픈 처지의 입장이 되어 제자를 섬기는 따뜻한 선생님의 사랑, 그리고 친구의 아픔을 함께 해준 급우들의 뜨거운 정성과 성원에 영수는 하염없는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연신 닦아내고 있었다.
오늘도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제자 섬김에 정성을 다 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더 많다는 것을 학부모께서는 위안 삼아 주시기 바라며 자칫 의기소침해 있을 선생님들을 칭찬과 격려로 북돋아 주시기 바란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선생님들의 제자 사랑이 더욱 깊어져서 학부모들로부터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어줄 것을 당부 드린다.
/김재춘(완주동양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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