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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 김승연

김승연(전주서문교회 담임목사)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말을 아시죠? 어느 날 새끼 강아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기어오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뒹굴었는지 온 몸뚱이에 재(災)가 묻어 있어서 회색 강아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평소에 귀엽게 생겨서 온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독차지하고 있는 강아지였습니다. 그런데 재가 묻어 있으니 그 귀여움이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지저분함만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그 강아지도 시간이 지나고, 동네 강아지들과 어울려 몇 번 뒹굴다 보면 몸뚱이에 묻은 재는 금방 다 털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시간문제인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있으니 똥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났습니다. 강아지에 비하면 몸집도 크고, 동네 개 중에서 나이도 좀 많아 ‘선배’입니다. 그런데 이 선배 개가 후배 강아지에게 야단을 칩니다.

 

“어디서 놀았기에 온 몸뚱이에 지저분한 재를 묻혀 가지고 다니는 거냐?”

 

새끼 강아지야 선배 개가 야단을 치니까 자기가 뭐 대단한 잘못이라도 저지른 줄 알고 몸을 움츠리며 꼬리를 감춥니다. 강아지가 한참 야단을 맞다가 생각하니 뭐 그리 대단치도 않은 것 같은데 너무한다 싶어서 선배 개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오히려 강아지가 선배 개를 야단쳐야 할 입장입니다. 그 이유는 선배 개의 온 몸에 재 정도의 문제가 아닌 똥이 묻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災) 정도 묻은 거야 털면 되지만, 똥 묻은 것은 털어서 될 일이 아닌 것입니다. 물로 씻어야 하는데 적당히 씻어서도 안 되고 여러 번 씻어야 합니다. 하이타이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 번 씻어도 그 역겨운 냄새가 빠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또한 그 냄새는 개집 뿐만 아니라, 주인집에도, 온 동네에도 진동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혹시나 이런 개들이 우리 사회에 많지는 아니한지? 그런 개가 재 묻은 강아지를 야단치고 있지는 아니한지? 이것이 바로 적반하장인 것입니다.

 

똥 묻은 개의 몰골은 어떠합니까? 한 마디로 꼴불견인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어디선가 여러 마리의 개들이 떼거리로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똥 묻은 개와 친구들이었습니다. 나 같으면 똥 묻은 개의 근처에도 안 가겠지만, 모두들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 개에게로 모여들어 오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는 하나같이 똥이 묻어 있었는데, 무슨 얘기를 계속 수군거리면서 히죽거렸습니다. 신경을 써서 들어보니 역시 재 묻은 새끼 강아지 흉보는 얘기였습니다.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도다.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먼저 똥 묻은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급선무는 내 몸에 묻은 똥을 빨리 씻어내는 일입니다. 그래야 공기가 오염되지 않을 것이며, 주위 사람들에게 지저분하고 구리한 냄새도 풍기지 않을 것이며, 혐오감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날은 풍토가 너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눈은 똥 묻은 개인지, 아니면 재 묻은 강아지인지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거기다 또 한 가지는 분명히 가려야 합니다. 똥도, 재도 묻지 않은 강아지와 개가 이 사회에서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대 희랍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know yourself)’고 교훈하고 있습니다.

 

/김승연(전주서문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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