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명상칼럼] 이 심월((心月)을 구경하소 - 황성학

황성학(원불교전북구교 사무국장)

내가 사는 방은 4층에 위치한 2평도 안되는 토굴 같은 방이다. 나는 얼마 전 내가 사는 방을 심향당(心鄕堂)이라 이름 지었다. 만물은 각각 이름이 있는데 나의 중요한 쉼터이자 적공 공간이 이름이 없다는 것이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심향당이라고 불러줄 사람은 나 밖에 없지만 내가 불러 볼때 마다 정감이 깊어 짐에 새삼 놀라기도 하였다.

 

나는 심향당을 5년간 쓰면서 정이 듬뿍 들었다. 여름 더운날 잠을 자다 숨이 막혀 엉금 엉금 기어 나온일도 있었고 모기가 많아서 아예 일년의 반은 모기장을 치고 살기도 하지만 작은 침대와 때묻은 앉은뱅이 책상이 있는 토굴방이 정감이 건넨다. 그러나 내가 특히 이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밤이면 편한 복장으로 옥상에 올라 갈 수 있고 그곳에서 밤하늘의 달과 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밤에 이웃마을로 놀러 다닐 때는 달과 별빛에 의존하였다. 달과 별이 없는 날은 햇불을 들어야 했고 손전등도 그때는 귀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는 하늘의 별과 달을 자주 볼수가 있었다. 별과 달은 여행자의 길동무가 되어주기도 하고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떤가? 달과 별을 본적이 있는가? 어쩌면 별과 달을 볼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현주소가 아닐까?

 

과거에나 지금이나 달은 항상 변함없이 그곳에 여여히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달을 보지 못하는 것은 볼 수 있는 눈과 하늘에 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수있는 마음의 여유(餘裕)가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유란 동양화의 여백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의 인품과 종교적 신성도 이 여유에서 나오고 여유의 공간이 넓고 깊을 수록 더큰 자비와 사랑이 싹틀 수 있다.

 

우리들의 마음에도 달(心月)이 있다. 수도인이나 현자들은 허공 달을 좋아한다. 그러나 마음 달을 더 사랑한다. 마음달은 밖으로 향했던 눈과 의식을 안으로 돌려 일체의 생각(번뇌)을 끊고 한가로이 참나와 마주할 때 떠오르는 달이다. 소태산 대종사는(원불교 교조)는 20여년의 구도 끝에 일체의 생각들을 “이 일을 어찌할꼬”라는 한 생각에 집중한 뒤 이 마음마저 놓음으로써 큰 두렷한 마음달을 발견하셨다. 그 심경을 시로서 읊으시니 청풍월상시(淸風月上時)에 만상자연명(萬象自然明)이다.

 

민속 경절인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추석에도 보름달이 뜰 것이다. 머리를 들어 허공 달을 구경하자. 마음의 정서가 맑고 넉넉해 질 것이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마음달을 구경하자. 지혜가 열리고 응용무념한 덕이 나타나리라. 마음달을 사랑하고 찾는 노래 가사가 있다. 고요한밤 홀로 앉아/이 마음을 관하올제/분별주착 딸치않고/무심적적 들어가니/적적요요 본연한데/일각심월 원명하다/여 보소 벗님네야/이 심월 을 구경하소 (원불교 성가 107장)

 

/황성학(원불교전북구교 사무국장)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