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전주상공회의소 사무처장)
지난 9월7일부터 4일간 17개 분과와 2개 작업반으로 나뉘어 진행된 한미FTA 3차 본협상 에서 우리측은 쌀을 개방에서 제외 하는 등 농산물에 대해서는 기존입장을 고수하면서 공산품과 섬유분야에서도 쟁점별 우리의 입장을 지켜내기 위해 미국측을 집중 공략 한 반면, 미국은 한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농산물시장 개방을 비롯한 자동차,의약품,위생검역 등 각 분야에서 우리와 현격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는 등 이번 협상에서도 양측이 각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첨예한 논리 대결을 벌이는걸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 관심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팽팽한 긴장감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 주위 에서는 요즈음 곳곳에서 이에 대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일부 국회의원들까지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헌법소원을 제기 하는 등 한미FTA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지만, 찬반 양측 모두 이번 협상이 우리나라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인지를 우려 하는 충정에서 비롯 되는 현상일 것이다.
1996년 한국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320만명, 인터넷 이용자는 73만명 이던 것이 불과 10년 이 채 되지 않은 현재 우리 국민 대다수가 휴대폰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IT강국으로 부상 했는데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가 1989년 미국의 통신시장개방 요구에 따라 들끓는 개방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개방을 필연적인 흐름으로 보고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히 통신시장을 개방한 것과, 역동적인 우리 한국의 이용자 덕분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사례는 우리가 이번 한미FTA 협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데 시사 하는 바 크다고 하겠다.
사실 요즈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시장에 적색경보가 켜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총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미국시장에서 우리 상품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중국, 인도 등의 공세에 밀려 ‘88년 4.6%를 기록한 이래 ’95년 3.3%, 2005년 2.6%로 날로 하락 하고 있어 대미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 되는 시점 이다.
미국 바이어 60%가 한미FTA가 체결되면 수입선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바꾸겠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가 보고 된바 있듯이 우리가 미국과 FTA를 먼저 체결하고 미국시장을 선점 한다면 대미 교역규모의 확대로 투자가 활성화 되고, 낙후된 서비스산업이 한 단계 발전 하는 등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부족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게 되며 따라서 빈곤층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는 등 각 분야에서 선진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 되고 있다.
이제 개방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이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쌀이나 서비스분야와 같이 취약한 부분은 협상력을 발휘하여 개방을 제외 하거나 단계적 개방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협상이 그렇듯이 한미 FTA협상도 어느 한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며 서로의 이익의 균형이 이루어 질 때 합의가 성립 될 것이다. 협상이 체결될 경우 정부에서는 득을 보는 쪽에서 얻어지는 이익을 손해 보는 쪽에 지원 하는 등 분야별로 적절하고 다양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또한 각종 제도와 관행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매사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심사숙고의 과정도 중요 하지만 아무리 신중한 결정도 때를 놓치게 되면 무용지물이 된다. 미국이 의회로부터 무역촉진권한(TPA)을 위임받은 시한이 2007년 7월 1일 까지 이므로 이를 넘겨 타이밍을 놓치게 되지나 않을가 우려 된다. 물론 시한에 쫒겨 졸속으로 추진 되어서는 더더구나 안될 일이기 때문에 초강대국과 고군분투하는 우리 협상단에게 분야별 이익을 떠나 힘을 실어 줘야 할 것이다.
西勢東漸이라는 문명사의 격동 속에서 아무런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열강의 손에 운명을 맡기고 말았던 우리의 뼈아픈 과거역사를 다시는 되풀이 해서는 않될 것이다.
/윤태섭(전주상공회의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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