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균(원광대 초빙교수·법학박사)
암울했던 80년대 초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민족의 정체성을 깨우쳐준 <단> 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그 책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였고, 잊혀졌던 우리고유의 선 문화를 활성화 시켜준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소설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우리민족의 시원과 역사 그리고 고토 회복의 필연성, 수련전수 과정 등등 너무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가서 혹시 허구성이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때 감수한 우학도인이라는 무골선풍의 도사가 실존하고 있었고 각종 매스컴에 나와 실체를 확인하는 단계까지 이르러 재미는 더해만 갔다.
필자뿐만 아니라 당시 그 책을 읽었던 모든 젊은이들은 아마 이런 꿈을 키웠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잃어버린 1만년 우리역사와 간도를 비롯한 만주지역의 우리 영토를 되찾는데 앞장서고, 한민족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떨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싶었고, 그 중심에 내가 있었으면 하는 상상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이 무르익기 전에 아쉽게도 동북공정이라는 중국의 뒤통수 전략에 한방 맞고 보니 어안이 벙벙하고, 선수를 빼긴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 들고, 또한 그들의 행태에 분노와 착찹함이 교차되기도 한다. 그것도 비겁하게, 자기들 공식입장이 아니고 중국사회과학원의 학술용역 연구의 성과라고 궤변을 하고 있다.
중국의 속셈은 대략 2가지로 압축시켜 예측할 수가 있다. 첫째, 현재는 물론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간도 등을 둘러싼 영토분쟁에 대비한 정지작업과 한반도 북부사는 중국사라는 주장을 펼쳐 유사시 북한에 진주해 북한을 동북 4성으로 장악하려는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둘째, 중국 내부적으로 속을 끓고있는 다민족간의 유화정책의 거시적 안목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라고도 한다. 물론 톱니바퀴처럼 아무 이상없으면 금상첨화의 이상적인 나라로 부흥을 약속 받지만 자칫 잘못되면 러시아와 같이 독립을 요구하는 민족이 생기고 붕괴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현재 한족이 91.9%를 차지하고, 55개 소수민족은 8.1%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수민족의 땅은 중국 전체 영토의 무려 63.7%에 달한다. 만일 소수민족이 모두 독립한다면 한족은 현재 36.3%밖에 안 되는 영토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중국의 서북 서남공정으로 위그르, 티베트, 운남, 귀주성 등을 영구 점령하는 한편 동북공정으로 북한을 포함한 한강이북을 중국사에 포함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역사왜곡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본다.
항간에는 이런 식으로 가다 독도도 뺏기고 백두산도 뺏기면 “일본해와 창바이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는 우리나라 애국가도 바꿔 불러야 하지 않겠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지금 현상황을 묵과하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중국의 역사왜곡을 방기하면 우리는 영원히 역사의 죄인으로 남게될 것이다. 중국과의 역사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뼈 절인 반성과 역사는 강한자에 의해 써진다는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않았다. 정부는 외교부든 청와대 직속이든 동북공정 전담팀을 만들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해야한다. 욕심 같아서는 이번 기회에 아예 간도와 만주일대를 우리땅 이라고 선포하고 반환을 요구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옛말에 ‘집안이 시끄러우면 도둑이 든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요즘에 딱 맞는 것 같다. 더욱이 올해가 병술년 개띠해라서 그런지 유난히도 더 시끄러운 해이다. 이제 마음을 잡자. 국민은 가을의 선선한 바람처럼 평상심을 되찾고, 정부는 자주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민의에 귀기울이는 자세로 고개숙인 벼들을 보며 겸손함을 배워야할 때이다.
/나경균(원광대 초빙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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