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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주국방과 통일 - 정기동

정기동(군산대학교 명예교수)

백범 김구선생께 첫째 소원을 물었더니 자주독립이라고 하셨고 둘째 셋째 소원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바탕이 된 3·1독립선언 첫머리에도 자주(自主)를 선언하고 있으니 자주는 이 나라 온 겨레의 한결 같은 소원이나보다.

 

이 나라 국민은 참으로 한 많은 백성들이다. 지난 이천년 동안 약 천번의 외침을 당했으니 많이도 죽고 빼앗기고 부서졌겠다. 이 모두 자주적이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 의지해 왔기 때문이다. 즉 한반도는 오랫동안 중국에 의지하여 왔으나 종국에는 남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으니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종말을 가져오는가를 똑똑히 보여준 예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어떠한 강대국도 튼실한 자주독립국가를 넘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쿠바와 북한이다. 쿠바는 침략의 기회만 노리고 있는 미국의 코 앞에서도 근 반세기 동안 깐깐하게 그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은 미국과 일본의 모진 협박과 공세에도 다부지게 나라를 지키고 있다.

 

자주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추적인 분야가 자주국방이다. 자기 힘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는 나라는 진정한 자주독립국가라고 볼 수 없다.

 

이 나라의 자주국방을 최초로 시도한 대통령은 박정희씨이다. 그는 1971년 미군이 철수하려하자 자주국방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 달라고 간청했다. 그런데도 근 2만명을 철수시키자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핵무기 개발을 주축으로 자주국방을 강력 추진했다. 결국 그가 비명에 가고 그 후 몇몇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특히 작전통제권만이라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모든 나라의 국가원수는 물론 국방장관도 자기 군대를 명실 공히 관장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남한은 한미방위조약에 의하여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력히 유지하고 있으나 이 조약의 유효기간이 단 1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도 자주국방은 시급한 일이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를 얼마든지 희생시켜 온 매정하고 무서운 나라이다.

 

자주는 반미도 아니고 물론 고립도 아니며 한 국가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는 지정학적 이점과 강력한 군사력으로 강대국 간의 세력을 조정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충분히 갖고 있다. 특히 남한은 자주국가로서 남북관계를 주도해야 한다. 먼저 미국의 반대로 이루지 못한 남북상호 승인과 남북불가침조약을 맺어 전쟁의 공포를 씻고 다음에 평화조약을 맺어 통일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혹자는 북한을 의심하고 있으나 과중한 군사비에 허덕이고 있는 그의 처지에서 양조약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간 북한은 미국에 여러차례 불가침조약을 제의했으나 미국이 번번이 거절했다. 이제는 북한의 적화통일, 남한의 흡수통일 모두 부질 없는 짓이다.

 

앞으로 남북이 명실 공히 자주독립국가가 되어 외국의 간섭을 단호히 배격하고, 통일에의 길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이 길만이 한반도가 세계 무대에서 더욱 크게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정기동(군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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