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이면 친척들이 모여 조상을 어떻게 모실까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매장이냐 화장이냐의 문제가 이슈중 하나로 떠오른다. 대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난다. 하지만 일을 당하면 어느 하나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생각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싶다.
그러면 매장과 화장의 장단점은 뭘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매장(埋葬) 위주였다. 그것도 가능하면 넓은 면적에 후장(厚葬)을 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러다 보니 국토가 온통 묘지강산으로 변해버렸다. 매장은 명당(穴)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명당은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과 발복을 근거로 한다.
동기감응론은 쉽게 말해 묘지에 묻힌 조상의 뼈를 통해 후손에게 그 영향이 미친다는 이론이다. 풍수지리의 고전으로 꼽히는 ‘장경(葬經)’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是以銅山西崩 靈鐘東應(서쪽에 있는 동산이 붕괴하니 동쪽에 멀리 떨어져 있는 종이 감응을 일으켜 울린다). 멀리 있어도 동질의 기(氣)끼리는 서로 통한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라디오나 TV에서 같은 주파수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소리나 화면이 나오는 것과 같다. 생명과학에서 부모형제가 같은 DNA를 갖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능하면 좋은 자리를 잡아 조상을 모시는 것이 나쁠리 없다. 그러나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명당을 찾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가를 만나야 한다. 또 전문가를 만나 명당을 찾았다 해도 자신의 소유로 하기가 쉽지 않다. 나아가 명당을 썼다 해도 산사태나 도로 댐 건설 등으로 맥이 끊길 수도 있다.
반면 화장(火葬)은 조상과 후손 사이에 감응을 일으킬 수 없어 어떤 좋고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화장을 하면 인체가 고온을 거쳐 가루가 되는 과정에서 동질의 기가 없어져 버린다. 결국 무해무득(無害無得)하게 되는 것이다. 또 뒷처리도 깨끗하다.
그런데 이를 안치할 납골당이 문제다. 가루를 산이나 바다에 뿌려버리면 그만이지만 납골당에 모시려면 또 다른 문제가 따른다. 납골당 구하기가 어렵고 개인이 묘지처럼 만들 경우 곳곳이 흉측한 돌무덤을 이룬다. 돌은 천년이 가도 썩지 않는다. 거기다 요즘에는 깞싼 중국산 돌들이 수입돼 국토훼손이 우려된다. 죽어서도 이래저래 몸 누이기가 쉽지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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