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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의 생각 - 이한교

이한교(한국폴리텍V 김제대학 교수)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누가 잘하고, 누가 속이고, 누가 누굴 힘들게 하는지, 어느 소리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서로가 막말로 열을 내며 자기의 소리를 믿어 달라하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가장 애국적이며, 가장 미래지향적이며, 가장현실성 있다고 말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모두가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애국자들인가.

 

그러나 국민이 보기엔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 분명 어느 한쪽이 잘못된 정보와 아집으로 나라를 어렵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러진 신념으로 나라의 운명을 흥정하는 재물로 삼고, 그럴듯한 논리로 소신까지 팔며 바락바락 우기고 있으니, 국민은 혼란스러워 불안하고 짜증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쓴 소리들을 퍼부어 보지만, 민심은 뒷전이라고 말하는 한 노인의 얘기를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다.

 

“우리처럼 농사짓고 사는 늙은이의 말은 쓰레기여, 사실 구부러진 허리를 지팡이로 펴고 사는 꼴에, 세상일(정치)을 알면 얼마나 알겠나 싶어 참고 견디지만, 뿌리도 없이 때 돈을 벌었다는 바다 이야기엔 속이 뒤집어지는데, 온갖 정성을 다한 고추는 탄저병으로 바삭바삭 타들어가고, 일할수록 늘어나는 부채에 허탈해 견딜 수가 없는 농사일, 미래가 보이지 않는 농촌, 후계자가 없이 늙어 가는 농촌을 놓고, 탁상발언만 쏟아내는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자니 답답하고...”라고 말하는 노인은 흥분하고 있었다. 여든 가까운 나이라 얼굴은 짜부라지고, 손은 참나무 껍질처럼 말라비틀어지고, 손톱과 지문은 달아서 뭉그러져 볼품이 없지만, 오늘도 고추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밭으로 가고 있는 자신에게도, 나라를 위해 총을 들고 싸웠던 청년시절이 있었다는 얘길 몇 번이고 반복하고 싶어 했다.

 

“말이 씨가 되는 법여, 그리고 천둥이 잦으면 비가 옹께, 무엇이든 신중혀야

 

혀, 절대 그들(북한)을 믿어서는 안 되지”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이 노인의 생각을 정리해보면, 한번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없다는 얘기였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면 누가 책임을 질 거냐는 얘기다. 요즈음 경제가 어렵고 혼란스러운데, 언론마저 나라 일을 남 얘기하듯 하고, 특히 TV채널은 특정 젊은 연예인들의 놀이터와 같다고 했다. 먹고 놀고 춤추고, 3개 방송에 겹치기 출연하면서까지 뱉어내는 말에 내용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다했다.

 

요즈음처럼 말 많은 세상, 그러나 깨끗하게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지도자는 많은데 존경할 만한 사람 없고, 모범적이어야 할 정치인 들은 늘 싸움질이고, 그나마 남아 있는 법질서는 무늬뿐이라 국민은 혼란스러워 염려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결국 국민(독자 또는 시청자)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편향된 언론의 보도 형태는, 국민의 정서(의식)를 병들게 한다며, 노인은 막걸리를 연거푸 마셔댔다.

 

그 나라의 제도나 의식, 문화, 정치구조 등의 수준은 언론이 주도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언론은 더 늦기 전 미래를 보고 얘기해야할 것이다. 흔들림 없는 정론으로 국민을 지켜야할 것이다. 연예인들의 일상이나 특종으로 다루는 일은 국민을 초라하게 만드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 은 무엇에도 현혹됨이 없이 막말을 쏟아내며 서로를 무조건 적이라 생각하는 그들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설마 머리 좋은 그들(정치가, 지도자)이 나라를 망하게 하겠는가라는 안일한 생각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는 얘기다.

 

/이한교(한국폴리텍V 김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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