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환(전라북도 산림환경연구소 임업연구사)
인간은 태초에 산에서 살다가 내려왔으며, 산은 다양한 생명체의 모태이자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는 자원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구 표면의 3분의 1이 산으로 돼있다. 세계 인구의 10%가 산에서 살고 있으며, 30억여명이 산에서 마실 물을 얻고 있다.
지난 1992년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 세계 정상회의에서 의제 21 중 13장의 “파괴되기 쉬운 생태계의 관리, 지속 가능한 산림 개발”이라는 내용은 ‘환경 대 개발’의 핵심적 이슈와 함께 기후온난화, 열대림의 파괴 및 사막화 등에 동등한 중요성을 부여함으로서 산을 아끼자는 정신을 드높였다.
그 후 유엔 총회에서는 1998년을 세계 해양의 해, 2000년을 세계 물의 해로 정한데 이어 2002년을 제1회 세계 산의 해로 선포했다. 당면한 환경재앙의 해법을 산에서 찾자는 의미이다.
10월 18일은 산의 날
우리나라에는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의 국경일이 있으며,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40여개의 기념일이 있다. 이 중 식목일은 기념일에 포함돼 있으나 육림의 날은 1977년에 기념일로 지정됐다가 1989년에 제외됐다.
산이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산의 날은 없는 것일까?
오는 18일이 다섯 돌을 맞는 산의 날이다. 산의 날 지정과 함께 산림헌장도 선포했지만 아직 국민들은 잘 모르는 형편이다.
높아지는 소득수준, 늘어나는 여가시간과 함께 주5일 근무제로 산을 찾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2001년 한국갤럽이 휴가 선호지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 절반이상(56.1%)이 산과 계곡에서 여가를 보내고 싶다고 응답했다.
또 2002년 조사에서는 국민의 91.4%가 산의 날 지정을 찬성했고 지정시기는 가을, 봄, 여름, 겨울 순이었다.
산의 날의 지정은 국민들의 염원을 담고 산행 인구 증가에 대비해 건전한 산행문화 정착과 산에 대한 국민의식을 제고시키는 한편 산의 아름다움을 직접체험 할 수 있는 계기 마련을 위한 것이다.
10월 18일로 지정한 이유
기념일 지정은 합당한 명분과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한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여 공포한 날이고 소방의 날은 119를 상징하는 11월 9일로 정했다.
산의 날인 10월 18일은 단풍절정기(80% 정도)로 우리 산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며, 절기상 조상들이 즐겨 산에 올랐다는 중구(음력 9월 9일)가 속한 주이다. 또 한자로 완전한 숫자를 나타내는 ‘十와 十+八=木’의 완전한 나무의 의미가 있어 산과 나무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적합하다.
산에 오른 다는 것을 높은데 오른다하여 등고(登高)라 했는데, 세시민속에 유월 보름인 유두(流頭)날을 내등고일, 9월9일 중구일(重九日)을 외등고일이라 했다. 내외 법도가 심해 남녀가 따로 산에 오를 뿐이지 산의 날은 예전부터 있었던 셈이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산을 가꾸는 것은 미래를 가꾸는 것이고 숲 속에 미래가 있다고 한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쾌적한 생활환경, 정신적 안정감, 삼림욕은 기본이다.
잘 가꿔진 숲 1ha는 연간 16t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12t의 산소를 배출해내는 자연 정화기 역할을 한다. 탄산가스의 과다한 배출이 지구온난화와 환경위기의 원인인 점을 상기하면 산림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또 우리 나라 산림의 수분저장능력은 1백89억 t(팔당댐 저수 능력의 20배)으로 추정되며 숲이 우리에게 주는 공익적 기능은 연간 59조원으로 국민 일인당 124만원 정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꿈과 미래가 있는 민족만이 숲을 지키고 가꾼다. 이에 우리는 풍요로운 삶과 자랑스러운 문화를 길이 이어가고자 숲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에 다 같이 참여하고, 숲의 다양한 가치를 높이도록 더욱 노력하고, 숲을 울창하게 보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고자 다짐하는 산림헌장처럼 산을 아끼는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기에 산의 날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안영환(전라북도 산림환경연구소 임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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