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채(남원문화원장)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일 출범 한국전쟁을 전후 좌, 우익과 관련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을 비롯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 등 일체 명예회복은 물론 진실 규명을 위해 올 11월말까지 신고 기한으로 정해져있다.
특히 6.25 전쟁을 전후 보도연명사건 등 일체를 직권 조사하겠다고 한다. 그 규모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민간인들이 집단 희생된 사건의 비중을 감안해 국가차원에서 직접 조사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란 점에서 매우 의미 깊게 받아들여진다.
민간인 학살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30만명 이상이 무참히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도 국가 공권력의 과오로인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과거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서는 국가의 정당성과 양심은 상처덩어리 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번 기회 제살을 후벼파는 아픔이 있다하더라도 이번 직권조사 신정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국민의 호응과 관심이 절실한 실정이다.
보도연맹이란 1949년 이승만 정권이 좌익활동을 한사람들을 전향시키겠다며 만든 관변단체였다. 6.25전쟁이 터지자 경찰과 군 우익단체들은 전국 형무소를 비롯 경찰관서에 수용한 자들을 일체 무참히 살해했다. 유족들은 이후 억울한 죽음을 가되기는커녕 평생을 울분속에 살아왔다.
그때의 상황이 반인륜적 집단 학살 범죄를 전쟁으로 빚어진 일들로 묻어왔고 유족과 목격자들의 피맺힌 증언으로만 구술돼왔다. 반세기가 지나서야 사건의 성격을 국가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규정하고 정부가 나서서 그 진상을 밝히고저 함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학살의 실체적 진실을 들어내기 위한 지속적인 자료발굴과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독일은 지금도 수많은 연구가를 동원해 단순한 나치 동조자의 행적까지 추적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범죄자로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억압적 통치와 전쟁이 빚은 일상의 비극을 온전히 후대에 전하고자 함이다.
보도연맹사건은 국가권력이 이념의 굴레를 씌워 제나라의 국민을 살해한 범죄행위이자 좌우대립의 갈등이 빚은 현대사의 비극이기도 하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도록하는 최소한의 조치로 보아야할 것이다.
한국전쟁과 우리민족의 분단 현대사에 숨겨져 있는 한서린 사연들은 세계 어느 나라도 격지 못한 고통과 처절함 그 자체이다. 지금도 일부 그 피해자들의 원망은 하늘에 닿고 원치않게 가해자가 되어버린 이들의 죄스러움 또한 땅속깊이 어둠에 쌓여있다. 진정 용서와 화해를 위해 밝혀져야 한다. 국가와 민족 내부의 곪은 상처를 도려내는 결단이 실천에 옮겨져야 할 때인 것이다. 그러나 뜻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실행이 잘 될 수만은 없는 법이다. 진상을 파헤치다보면 사건에 얽힌 당사자들의 처지에 따라 시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고 원래의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런데다 동위원회가 실제로 조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인력이나 재정적 뒷받침이 돼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이번 기회 본 기간중에 신고를 일부 마치지 못한 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예측되는 바 신고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이번기회 철저한 조사결과에 따라 원만하게 매듭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병채(남원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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