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도다리, 여름 농어,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다. 과일도 제철에 나는 과일이 맛이 있듯이 바다고기도 철따라 맛 좋은 고기가 따로 있다는 얘기다. 같은 생선이라도 계절마다 맛이 다른 이유는 생선 맛을 좌우하는 지방 함량이 계절에 따라 각각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을 입맛을 돋워주는 생선으로 전어를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터다. 전어는 봄(4~6월)에 부화를 해서 여름 내내 각종 영양분을 섭취하여 가을이면 20cm 정도의 성어로 성장한다. 이 때가 지방질이 가장 증가하면서 뼈도 부드러워져 고소한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그래서 옛부터 '가을 전어는 이웃집에서 돈을 꾸어다라도 한번쯤 먹어봐야하는 생선'이 됐다.
아닌게아니라 가을 전어를 한번 먹어본 사람은 좀처럼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단숨에 소주 한잔 털어넣고 대가리부터 통째로 오돌오돌 씹어먹는 맛이란 말로는 이루 형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가을 전어 대가리에 참깨가 서말'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속담이 왜 생겨낳는지, 전어의 '전'자(字)에 왜 돈 전(錢)자를 썼는지 먹어봐야 속내를 알 수가 있다는 말이다.
한데 요즘 가을 전어 맛이 영 옛날 맛 같지가 않아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어떤 식당 것은 고소한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어떤 식당 것은 '전어 맛이 원래 이랬나?'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로 맛이 별로다. 또 어느 식당에 가면 맛있는 전어와 맛없는 전어가 뒤섞여 나오는 통에 '어째 전어 맛이 이런가?' 헷갈리다가 젓가락을 놓게된다. 그리고 계산은 옛날 맛있는 전어값으로 치루고 식당문을 나선다.
그러나 아무리 둔한 소비자라도 연거푸 여러번 속지는 않는다. '전어는 성질이 급해 양식이 안된다' '아니다. 전어도 얼마든지 양식을 할 수가 있다'는 논쟁이 맛없는 전어 때문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전어는 '돈이 안 아까운 생선'에서 '돈만 아까운 생선'으로 추락을 하고 말았다.
사상 유례없는 전어값 폭락으로 양식 어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자연산, 양식 구분해서 정직하게 장사를 했더라면 이렇게 소비가 줄지는 않았을 텐데, 생각할수록 악덕 상인들의 소행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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