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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랑스러운 한국의 어머니들 - 강영철

강영철(전 한국교원대 종합연수원 연수지도관)

홍은희 지음 ‘훌륭한 어머니들’이란 책을 읽어보면, 자식들을 21세기 우리 시대에 각 분야의 전문가로 길러낸 훌륭한 아홉 분의 삶과 그 분들의 자녀교육법이 소개되어 있다. 지면 관계로 큰 사람을 키운 두 분의 어머니만을 만나보자.

 

첫째, 몰락한 반가의 큰며느리로 시집 온 전 서울대학교 총장 정운찬 교수의 어머니 이경희씨이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요즘은 세계로)’라는 격언처럼, 자식들이 보다 큰 공간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이경희씨는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환자들의 침대 시트를 세탁하는 일을 하면서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이사를 반복하는 궁핍한 생활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작고하자, 그녀는 3년 상을 지내고 탈상을 할 때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상식을 올렸으며, 3대 조상 봉사를 꼬박꼬박 챙기는 자신에 대한 엄격성을 지니신 분이었다.

 

둘째,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어머니, 강정례씨이다. 계주(契主)를 도맡아 하며 돈을 마련할 만큼, 살림꾸리는 수단이 좋았던 그녀지만, 자녀들에게 학비 외의 잡비는 자기가 직접 벌어서 쓰도록 가르쳤다.

 

이런 금전관리 교육은 훗날 아들로 하여금 금전관리에 대해 먼저 눈을 뜨게 하였고, 결국 은행장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사회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젠틀맨 퍼스트(Gentleman First)의 ‘남자 마음대로의 시대’는 지난 듯 보인다. 한 해가 다르게 여성들의 사회 참여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의 높은 지위는 여성 몫이 되어 가고 있다.

 

‘시집가서 남편 잘 섬기고 자식들 잘 키우는 것이 여자들의 본분’도, 한국이 길러야 할 ‘정숙한 여인상’이라는 최고 덕목도 때 지나 바래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그동안 아이들과 여자들을 소외시한 유교문화권에서 자기 이름도 잃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가정에서도 호주가 되지 못하고, 족보에는 등재가 되지 않으며, 제사를 주관할 수도 없고, 유산을 물려받을 수도 없던 하찮은 존재들이었다.

 

내게도 소중한 어머니가 계셨다. 학교 문턱을 밟아 보지 못했기에 한 명의 동창생도 없고,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셨기에 다정한 친구들도 없었지만, ‘세상에서 제일 좋은 분이 예수인 걸 어떻게 합니까?’란 콧노래를 부르시며, 팔남매를 길러낸, 외롭고 또 외롭지 않게 사신 어머니. 88년도 익산 시민의 날에는 장한 어머니 상을 받으신 분이다.

 

어머니가 소천(召天 )하신지 15년이 넘었지만, 대학입시기가 되면 그 어른의 신앙과 정신과 교훈은 내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어, 사랑과 기도와 은혜가 충만한 샤론의 꽃향기가 되어 풍겨 솟아오른다.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맞아, 지구촌에서 가장 여성의 지위가 획기적으로 변한 나라가 한국인 것처럼 보인다. 여성 국무총리, 여성 헌법재판소장, 여성 정당대표, 장관, 국회의원 등, 또한 국제적으로 프로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 문화, 예술 등에서 여성의 활약은 괄목할 만하다. 잠들어 있던 여성들의 인력이 투입됨에 따라, 21세기 한국의 미래는 밝지 않을 수 없다.

 

교육망국이란 비난을 받으면서도 소와 논을 팔아 자식을 가르치던 부모들의 열정을 이어받아, 지나친 감도 있지만, 월급봉투의 절반을 떼어 자식들의 사교육비에 투자하는 한국의 젊은 어머니들! 자랑스럽기만 하다. 큰 박수를 보낸다.

 

그렇지만, 끝으로 한국의 어머니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다. 과학자가 악을, 지식인이 유혹을, 기술자가 죄를, 박사가 교만을, 의사가 거짓을, 이길 수는 없다. 아이들이 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장한 어머니들의 눈물뿐이라는 것이다.

 

/강영철(전 한국교원대 종합연수원 연수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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