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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대아저수지와 농업위기 극복 - 정병노

정병노(한국농촌공사 전북본부장)

요즘 가을 가뭄이 극심하다. 지난 8월 이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8월부터 10월 까지 도내 평균 강수량은 199mm로 지난에 512mm에 비해서는 62%가 부족하고 평년의 44%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내린 단비로 수확을 앞둔 무, 배추 등 밭작물 등의 해갈에 도움을 줘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가을 가뭄에 저수지 한 곳이 생각난다. ‘滿不溢酌不渴’ 완주군 동상면 대아리 ‘대아(大雅)’저수지가 바로 그 곳이다.

 

수 십 년 동안 서해안 뜰을 적시고 도민의 식수를 제공해온 대아저수지다.

 

콘크리트 아치형 구(舊)댐이 현재는 신댐의 축조로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지만 바로 이 저수지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공법으로 축조된 저수지로 그 규모나 축조 기술면에서 대표적인 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전북 농업인과 숱한 애환을 함께한 저수지다.

 

저수지가 완공된 1922년 이래 지난 80여 년 동안 농민들의 걱정과 시름을 덜어 풍년 농사의 젖줄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구댐의 역사는 무려 8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 2월 5일 착공해서 1922년 12월 25일 준공 되었다. 댐 높이 32m, 길이 254m로 저수량만도 2016만 톤에 이르는 방대한 수량이다. 건설장비나 자재, 작업여건, 기술력 등 요즘에 비해 모든면에서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 저수지를 2년 10개월 만에 완공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기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에 참여했던 우리 조상들의 고생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구댐은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지만 간혹 저수율이 40%이하로 떨어지면 그 위용을 드러낸다. 타원형으로 모양이 수려하고 댐을 넘어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하얀 포말로 부서지면서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국판 나이아가라 폭포’라 부르기도 한다.

 

저수지 준공비를 세우면서 전서체의 "滿不溢酌不渴" 글귀를 새긴 비가 하나 더 세워졌다. ‘(물이) 가득차도 넘치지 아니하고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농사를 위한 저수지 물이 언제나 넘치듯 차되 마르지 않기를 바라는 농업인의 간절한 마음을 이 비에 새긴 것이다.

 

부족한 농업용수 추가 확보를 위해 급기야 새로운 댐을 하나 더 축조키로 하고 1983년 착공하여 1989년 12월 준공함으로서 오늘의 대아저수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구댐 하류 300m 지점에 높이 55m, 길이 255m 신댐을 설치한 저수지다.

 

저수량만도 5천 464만 톤의 막대한 양으로 그 발원지가 완주군 동상면 원등산이다. 저수지 물은 고산천을 거쳐 완주군 고산면 어우리에서 유로(流路)를 바꿔 65km에 이르는 대간선(大幹線) 수로를 통해 완주군ㆍ익산시ㆍ군산시를 지나 서해안 최 말단 군산시 옥서면 미군 비행장 들녘까지 뻗어나간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다섯 번 왔다 갔다할만한 거리인 논과 논 사이 소규모 지선수로까지 2200km를 지나 전라북도 서쪽 광활한 옥토 1만 7300여 ha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효자 저수지이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한미FTA 협상 소식 등 국제화 세계화의 물결 속에 쌀농업을 지키고 살아남기 위한 우리 농업인의 시름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滿不溢酌不渴" ‘가득 차되 넘치지 않는’ 풍부한 농업용수를 공급해 주는 대아저수지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면서 농업인, 정부와 자치단체 그리고 한국농촌공사가 함께 우리 농업·농촌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용기와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병노(한국농촌공사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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